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장관은 면담 분위기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솔직한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시원시원하고 결단력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즉석에서 직접 결단을 내리고 지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 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받고는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모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노대통령께 꼭 안부메시지를 전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비핵화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북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이어 “북은 6자회담을 포기한 적도,거부한 적도 없으며 다만 미국이 (북을) 업수이(업신여겨) 보기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맞서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미국이 북을 (협상)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면,또 그것이 확고하다면 7월중이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겠다.미국의 입장이 확고하지 못한 것 같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핵문제가 해결되면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도 모두 수용해 철저히 검증받을 의향이 있다.하나도 숨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이 모든 발언을 공개해도 좋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평가가 눈길을 끌었다.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을 각하라고 할까요”라며 “부시 각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해자는 제의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8·15를 계기로 금강산에서 시작하자”고 즉석에서 수락하고 배석한 임동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실무추진을 지시하기도 했다.이어 정 장관이 화상상봉을 시도해보자고 하자 “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제안이다.정보화 시대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8·15에 첫 화상상봉이 가능하도록 추진해보자.시간이 짧으니 남북이 경쟁적으로 준비해서 성사될 수 있게 노력하자”고 말했다. 정 장관이 ‘평양에 올 때 ‘ㄷ’자 형태로 돌아오다보니 50분이나 걸리더라’고 말을 꺼내자 “서해로 나가지말고 서울과 평양간 육지 상공으로 직항해서 오는 것을 협의해서 실천하자”고 역제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면담 말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좋은 계절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