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민영화 2대이자 제 9대 사장으로 남중수 KTF 사장이 내정되면서 '통신공룡'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는 연간 매출액 12조원, 임직원 3만7천8여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규모의 통신사업자이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8위(작년말 기준)의 거대기업. 남 사장의 선임은 민영화 2기를 맞은 KT가 민영체제에 안착하고 수익 다변화에 성공해 '통신 맏형'의 자리를 지킬지, 또는 주주이익 극대화에 치중한 '돈세는 공룡'이 될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 사장은 특히 KT에서 재무실장 재직 당시 완전민영화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이러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민영화로 체질 전환 '스타트' KT의 최근 3년은 민영화 돌입에 따른 '격동의 시기'였다. KT는 지난 2002년 5월 정부지분 완전매각에 성공하고 같은해 8월20일 이용경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영화의 깃발을 올렸다. 2003년 10월에는 노사합의를 통해 5천500명에 대해 명예퇴직을 실시, 몸집도 줄였다. 한국기업 사상최대 규모라는 '명퇴 기록'도 남겼다. 공기업의 허물을 벗고 민간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KT가 일군 경영성과는 민영화가 그리 녹록지 않음을 여실히 반증했다. KT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2002년 11조7천억원, 2003년 11조6천억원, 2004년 11 조9천억원, 영업이익은 1조8천억원, 2조2천억원, 2조1천억원으로 거의 정체됐다. 특히 KT 이사회는 지난해3월 이용경 현 사장이 취임당시 약속했던 재임기간 매출목표를 14조7천억원에서 12조4천억원로 하향조정했다. 최근 들어선 무선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연간 매출액 차이가 2조원 안팎으로 줄어들었으며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현재 KT는 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과 통신의 결합상품인 트리플플레이서비스( TPS) 등 전 사업부문에서 후발사업자들의 치열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이에 따라 KT는 민영화 이후 주요 수익원인 음성전화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음성전화 수익의 양대축인 전화와 LM통화(유선전화→휴대전화) 매출은 민영화 원년인 2002년에 각각 4조9천억원과 2조2천억원을 기록한 뒤 2003년에는 4조7천억원과 2조940억원으로 감소했다. 2004년엔 각각 4조5천억원, 1억9천억원으로 줄었다. ◇ 공공성 후퇴 '징후' KT가 민영화 체제에 돌입하면서 주주이익 극대화에만 치중해 공공성이 후퇴한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KT는 2002년 주식 배당 총액이 2천128억7천7백만원이었지만 2003년 4천215억1천700만원, 2004년 6천322억7천700만원으로 2.97배 늘어났다. 1주당 배당금도 크게 늘어 2002년 860원, 2003년 2천원, 2004년 3천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배당성향이 2002년 10.8%에서 2003년 50.8%, 2004년 50.4%로 크게 늘어 외국인 지분이 49%에 달하는 지분구조상 국내에서 번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비 등은 크게 줄었다. 연구개발비는 1999년 6천81억4천300만원, 2000년 4천36억700만원이었지만 2002년과 2003년엔 3천23억3천800만원, 2천955억8천700만원으로 줄었다. 설비투자비도 2000년 3조4천834억원에서 2004년 2조2천729억원으로 34.8% 줄어든 반면 마케팅 비용은 2000년 2천507억원에서 2004년 5천153억원으로 105.5% 증가했다. 최근들어 이러한 '우려'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올 3월께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사상 초유의 전화불통 사태를 일으켰으며 5월에는 하나로텔레콤과의 통화료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1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엔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소디스' 사업을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정보통신부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고 사업을 잠정중단한 상태다. 최근엔 인터넷 요금을 현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도입하겠다는 KT의 '의도'가 외부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촉발되는 등 민영화 이후 통신사업의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증폭되고 있다. ◇ '남중수 카드'로 민영화 안착할까 '남중수 카드'는 KT가 민영화 2기를 앞두고 민영체체가 안착할지, 또는 표류할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남 사장은 특히 2001년1월부터 2003년1월까지 KT에서 재무실장으로 일하면서 KT의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당시 그는 22억4천만 달러(2조9000억원)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으며 SK텔레콤[017670]과의 주식맞교환도 마무리지으면서 KT의 민영화 주역으로 떠올랐다. 또 엔지니어 출신의 이용경 사장과 달리 남 사장은 경영학박사를 수료한 '정통'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KT 안팎에선 남 사장이 미완에 그친 '통신 공룡' KT의 경영혁신과 체질개선을 가속화, 마무리할 수 있는 인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남 사장이 이같은 '민영화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향후 KT의 행보에 치명적인 '장애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주이익 극대화에만 치중해 신규서비스 개발을 통한 수익 다변화를 외면할 경우 급변하는 통신시장에서 '공룡' 몸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공공성을 추구하는 보편적 서비스사업자와 이익을 극대화 해야하는 민영기업이라는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는 이제 남 신임 사장의 손에 달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기자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