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위협하고 있는 데도 뉴욕 증시가 탄탄한 상승세를 보였다. 17일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44.42포인트 올라 10,623.07을 기록했다. 거래일 기준 7일 연속 오른 것이다. 주간 단위로는 1.05% 상승했다. 나스닥도 한 주간 1.31%포인트 올라 2090.11을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원유 가격은 17일 한때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58.60달러까지 올랐다. 막판에 배럴당 58.47달러로 고개를 숙였지만 60달러 돌파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수요 증가와 원유 정제 능력에 대한 우려가 투기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월가에는 비상등이 켜지지 않았다. AG 에드워즈 앤드 선스의 선임 주식전략가인 스콧 워런은 "현재의 유가 수준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 며 "최근 2분기 동안 유가가 현재의 수준에 근접했지만 기업들은 전문가들의 부진한 수익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7일은 네 마녀가 심술을 부린다는 쿼드루풀 위칭 데이였다. 지수 및 개별 종목의 선물과 옵션 만기가 겹침으로써 주가 변동은 크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6월 소비자심리 지수가 94.8로 월가 예상치 88.8을 훨씬 웃돌아 주가는 개장 초부터 강세를 보였다. 소비자심리는 미국 경제 동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다. 주초에 5월 도매물가가 이례적으로 0.6% 낮아졌다는 발표가 나와 투자자들이 인플레 우려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터였다.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열기도 전반적인 경기 호전이라는 차원에서 시장에 부담을 주진 않았다. 1·4분기 경상적자가 1951억달러로 3.6% 늘어나 상승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거래는 활발하지 않았다. 많은 투자자들은 나아진 경제지표를 반기면서도 적극적인 매수는 하지 않았다. 이달 말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결정회의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심리였다. FRB 회의가 끝나면 기업들이 2·4분기 수익을 발표하는 어닝 시즌이 시작된다. 지금으로선 공격적인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번주에도 비슷한 투자 패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목받는 경제지표는 많지 않다. 24일 발표 예정인 5월 내구재 수주 동향이 관심사다. CBS 마켓워치는 1.8%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정도라면 1분기에 문제가 됐던 소프트 패치(경기 확장 속의 일시적 부진)가 지나갔음을 확인시켜 주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5월 신규 주택 및 기존 주택 판매 동향도 발표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