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일반택시 할래" ‥ 경기침체로 승객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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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운전 8년차인 양수근씨(가명·55)는 최근 모범택시 면허를 일반택시 면허로 바꿔 달라는 신청서를 서울시에 냈다.
승객이 갈수록 줄어들어 현재의 수입으로는 더 이상 생계를 꾸려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강도 문제가 됐다.
낮에는 손님이 없어 야간에 일을 하다 보니 시력이 크게 나빠졌고 불규칙한 수면으로 체력도 약해졌다.
양씨는 "하루에 4만∼5만원 벌기도 빠듯하다"며 "낮에는 인천공항에서 손님 한 명을 태우려고 10시간 이상 대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범택시를 일반택시로 전환하는 '모범택시 다운그레이딩(등급 낮추기)'이 잇따르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시민들이 모범택시를 기피해 수입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달 초부터 요금이 17.52%나 인상돼 승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택시업계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모범택시 면허를 일반택시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이 급증하자 지난 15일 모범택시 200대에 대해 면허 전환을 승인했다.
시가 대규모로 면허를 바꿔준 것은 지난 93년 모범택시 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현재 면허 전환을 신청한 모범택시 운전자가 404명 더 있다.
이로써 서울의 모범택시는 3428대로 줄어들었다.
모범택시가 도입된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서울시는 오는 9월 200∼300대의 모범택시 면허를 일반택시로 추가전환해 줄 계획이어서 자연 감소분까지 감안할 경우 올 연말 3000여대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이선종 관리과장은 "대부분 모범택시 의 배기량은 3000㏄급 이상이어서 최근 유가 상승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버스·지하철 환승 시스템 등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으로 하루에 승객을 두세 명 태우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앞두고 모범택시 900여대 모집에 2000여명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었으나 불경기가 계속되자 아예 택시 면허를 팔아버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