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양대 라이벌인 신한지주와 하나은행이 SK텔레콤과의 신용카드사 합작설립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이번 합작건은 신한지주의 라응찬 회장(67)과 올 연말 출범하는 하나금융지주의 회장을 맡게 될 김승유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62)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계 양대 카리스마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신한과 하나 모두 올 하반기 인수·합병(M&A)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LG카드와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합작건 성사여부가 향후 리딩뱅크 경쟁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LG카드 인수 경쟁 전초전 금융권에서는 SK텔레콤과의 합작을 둘러싼 하나은행과 신한지주의 구애 경쟁 초점이 궁극적으로는 LG카드 인수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라 회장은 지난 3일 신한ㆍ조흥은행의 통합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 400여명과 함께 북한산을 등반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카드와 보험,자산운용부문을 더욱 강화해 금융그룹의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이라며 "LG카드에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LG카드의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에게도 비슷한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전후해 외환은행 LG카드 등을 추가로 인수,국내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하나은행의 '그랜드 플랜'에 신한지주가 강한 '견제구'를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승부는 아직 미지수 신한지주는 SK에 합작을 제안하면서 신한카드와 조흥은행 카드사업 부문을 합치면 회원 수(1·4분기 말 현재 692만명)나 매출 규모(11조3060억원)가 하나은행 카드사업 부문(회원 수 211만명,매출액 1조9691억원)을 훨씬 앞선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한은행(10.09%)이 조흥은행(6.55%)과 합병하면 SK네트웍스에 대한 채권단 의결권 비중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9.67%)을 압도한다는 '인연'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하나은행은 SK네트웍스 사태 해결 과정에서 형성된 SK그룹과의 유대관계를 카드사 합작설립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SK는 최근 임직원들이 하나은행의 플래티늄 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연회비를 대신 내주기로 하고 이에 맞춰 하나은행이 SK임직원 전용카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SK텔레콤 관계자는 "신용카드 회사 합작설립 문제는 SK네트웍스가 완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안다"며 "그룹 고위층에서는 다수의 은행과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병연·송종현·유창재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