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수많은 어휘를 만들어 내고 문법을 정리한 셰익스피어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긴 하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영어를 세계 공용어로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언어가 수반되지 않는 식민지배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언어의 무한한 힘을 일찍이 간파하지 않았나 싶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프랑스어와 함께 영어를 채택하면서부터였다. 지금에 와서는 50여개국에서 영어를 모국어 또는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제기구 역시 영어가 공용어임은 물론이다. 중국 정부가 영어에 맞설 국제어로 중국어 키우기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사용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데다 경제적·정치적으로 국력이 신장되면서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인 듯하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국무원 산하에 중국어의 세계화전략을 책임질 기관을 설치하고 그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할 '공자(孔子)학원'을 각국에 설립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1억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서울 역삼동에도 공자학원이 문을 열었다. 사실 중국어는 중국의 개방정책이 진전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는 언어가 됐다.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는 "중국어를 못하는 젊은이는 절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는가 하면,콧대 높은 캐나다 등 서구의 언론들도 "세계적인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공공연히 독려할 정도다. 중국의 언어정책은 미국을 겨냥한 힘겨루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종의 '언어 패권전쟁'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같이 강대국 언어들이 각축을 벌이면 약소국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게 마련이다.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상의 6000여개 언어 중 90% 이상이 소멸될 것이라고 하는데,장래 한국어의 위치는 어느 정도가 될까 궁금해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