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끈끈한 유대 … 경제계 '혜화 5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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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서울 혜화초등학교 47회 졸업생(1961년 졸업)의 활약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 이사장 외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동성 서울대 교수,이덕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전 우리은행장),전광우 딜로이트그룹 부회장(전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은 경제계에서 '혜화 5인방'으로 불리는 절친한 초등학교 동기생들이다.
50년을 뛰어넘는 세월 동안 '초심(初心)'의 진한 우정을 키워온 이들은 사회에 나와서는 서로 다른 행로를 밟아왔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무역학 복수 전공)를 졸업하고 행정고시(11회)를 통해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내디딘 뒤 관세청장,국무조정실장,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줄곧 직업공무원으로 잔뼈를 키웠다.
현 회장은 서울대 법과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12회)에 합격해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는 등 잠시 법조계에 몸담았다가 기업인으로 변신했고,조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에 유학해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딴 뒤 모교 교수로 부임해 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위원과 전 부회장은 좀 더 인연이 각별하다.
이 위원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퍼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대표적 이코노미스트로 명성을 날렸고,전 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재무학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은행(IBRD)에서 12년 동안 연구위원으로 활약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이코노미스트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금융지주회사가 발족되면서 부회장(이 위원은 우리은행장 겸직)으로 함께 일하는 인연을 맺었던 것.
혜화초등학교는 이들 47회 '5인방' 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쟁쟁한 인물을 대거 배출했다.
서울대 총장을 거쳐 국무총리를 지낸 이수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 학교 38회 졸업생이고,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46회 출신이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50회),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52회) 등은 김 이사장 등의 3∼5년 후배들이다.
오명환 혜화초등학교 교감은 "학교가 설립된 배경을 보면 혜화초등학교 출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자리잡은 혜화초등학교의 전신으로 1910년에 설립된 '숭정의숙'은 조선 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각종 물품들을 공급하는 지역 주민들이 '자식이라도 성균관에 보내자'는 생각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세웠다고 한다.
이런 전통이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도 남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남다른 자부심을 심어주고 향학열을 뜨겁게 만든 것 아니겠냐는 게 오 교감의 설명이다. 이런 학풍 때문이었는지 혜화초등학교에는 지방 출신 '영재'들이 여느 학교보다 많은 편이었다.
47회 '5인방' 중에서도 김 이사장은 충남 논산에서 상경했고,이 전 총리와 유 의원은 각각 경북 칠곡과 충북 제천 출신이다.
오 교감은 "중학교를 시험을 치러 들어가야 했던 서울 변두리 학교들은 최고 명문으로 꼽혔던 경기중학교에 한 해 1∼2명씩 보냈지만 혜화는 100명 가까이 보냈다"고 회고했다.
이덕훈 위원은 "혜화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상급 학교 못지않게 동창생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중·고교 입시가 폐지된 데다 강남 등지에 개발 열풍이 일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우리의 우정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