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을 찾는 변호사들] (1) 美 목장이민 개척 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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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시일 변호사 >
변호사 업계에 블루오션(Blue Ocean)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모르던 시장,경쟁이 없는 새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형 변호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존 법률시장에서 치고받고 싸워 봤자 상처만 입기 십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블루오션에 눈을 뜬 변호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법률시장의 블루오션을 이끌어 가는 변호사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그럼 당신들이 우리 주의 투자이민을 책임져 주십시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경제활성국 국장의 말투가 애원조로 바뀌었다. "그러게 뭐라고 했습니까. 한국 법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시일 변호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우스다코타주 투자이민 독점권을 따내다니…. 검찰에 연행된 브로커를 빼준 게 약효가 컸던 모양이다.'
지난해 4월의 일이다. 미국 서북부에 위치한 사우스다코타 주정부는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별 투자이민 프로그램(Regional Center Program)을 연방 이민국에 신청해 허가를 얻었다.
외국인이 소를 키우는 목장에 일정액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것이다.
치즈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데도 우유를 공급할 젖소가 7만5000마리나 모자라자 투자비용을 마련하려는 궁여지책이었다.
문제는 투자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주정부에서 일하던 한국인 교수로부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돈 싸들고 투자이민 오겠다는 유일한 나라"라는 말을 들었다.
주정부는 즉시 한국의 브로커를 통해 한국 신문에 '목장으로 한 번 와보라'며 대대적인 광고를 냈다.
이때만 해도 금방 이민자들이 몰려올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민 알선은 외교통상부에 등록한 이주공사나 변호사만 할 수 있다는 한국 법을 몰랐던 게 화근이었다. 광고를 낸 브로커가 검찰에 불려가고 주정부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다급해진 주정부는 법무법인 한울의 장 변호사와 박준원 미국변호사를 찾았다.
이민 전문 로펌인 한울이 사우스다코타의 신문광고를 보자마자 주정부에 연락해 한국 법상 문제점을 꼼꼼하게 설명한 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한울이 한국과의 마찰을 잘 처리하자 사우스다코타주는 아예 투자이민 200가구에 대한 전 세계 독점권을 한울에 주었다.
장 변호사가 투자이민 쪽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은 3년 전. 청주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로스쿨을 다녔다.
이곳에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던 박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영주권 획득을 목표로 투자이민을 온 한국인들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해 중도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박 변호사한테서 들었다.
그는 박 변호사와 의기투합해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사우스다코타의 목장 이민'은 장·박 변호사가 기존 투자이민 상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에서 나왔다.
변호사 업계가 외면해 왔던 시장,즉 블루오션에서 기회를 얻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 캐나다 등 투자이민은 이주공사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알선 업무에 그칠 뿐 각종 법률 문제는 해당국 변호사들에게 다시 문의할 수밖에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사기 이민이 극성을 부려 투자이민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자연스레 국내에서도 전문 로펌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장·박 변호사가 친분이 있던 한울에 합류했다.
장 변호사는 "투자이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라며 "미국 법 자체의 요구사항도 까다로운 만큼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