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 변리사 mgpaik@ip.kimchang.com >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금세기에 태어난 사람의 수명은 15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45세 정년이라는 속칭 '사오정'세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마치고 100년여를 더 살아야 한다는 상상을 끔찍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9988'의 건배사처럼 건강이 허락한다면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벤처기업을 일궈 성공한 한 친구는 어려서부터의 꿈이었던 천문기상학자가 되기 위해 시골집에 간이 천문대를 만들어놓고 매일 천문을 살피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또 스톡옵션으로 백만장자가 돼 은퇴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어떤 직원은 어렸을 때 아버지와 늘 함께 했던 볼링을 잊지 못해 프로볼링협회를 인수하고 볼링계의 '리틀 빌 게이츠'를 꿈꾸고 있다는 보도도 접한 적이 있다. 요즘에는 세상의 집착을 끊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슬로 라이프(slow life)족도 있다. 그들처럼 인생관을 바꾸면 100년의 세월도 길지 않다고 느껴질지 모르겠다. 뉴질랜드 근처에서 발견된 어떤 물고기족은 수명이 200년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이들이 바로 슬로 라이프를 즐기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닐까.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시간도 무척 빨리 간다. 만나기만 해도 즐거운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금싸라기와 같이 느껴진다. 최근 뇌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서 일에 열중할 때 사용하는 부위와 시간을 지각하는 부위가 같다고 한다. 그래서 재미있고 창조적인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오랜 약사 생활을 접고 디지털 아티스트로 변신한 아내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서 항상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는 또 다른 인생의 즐거움이야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