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1g당 수억원대에 이르는 인체단백질을 만드는 복제닭 생산의 길을 텄다.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한재용 교수팀과 아비코아생명공학연구소는 닭 수정란에서 난자 및 정자의 전단계인 원시생식세포(PGC)를 추출해 체외에서 줄기세포로 돌려 놓은 후 이를 수정란에 이식,복제닭을 생산할 수 있는 '역분화줄기세포 생산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 연구 분야 국제학술지인 '스템셀' 6월호에 게재됐다.


닭은 사람이나 돼지 등 포유류와 달리 수정란의 배아 세포수가 4만~6만개에 달하기 때문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특수배양 과정을 통해 원시생식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성질을 가진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이 사람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 문제 해소를 위해 '수정란이 분화해 줄기세포가 되는 것과 반대로 줄기세포를 거꾸로 분화시켜 난자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줄기세포에 인간유전자를 이식해 수정란에 주입시킨 후 부화시키면 인체단백질 성분이 들어있는 달걀을 낳는 복제닭이 만들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경우 대장균 등 미생물을 이용한 기존방법보다 최저 1000분의 1 정도의 비용만으로 인체단백질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현재 줄기세포에 적혈구 생성인자인 에리트로포이에틴(EPO)과 혈전 용해인자인 조직플라스미노젠활성화인자(tPA) 관련 유전자를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tPA는 1g 당 가격이 5000여만원,EPO는 4억~5억원에 이르는 치료용 인체단백질이다.


한재용 교수는 "닭을 통해 인체단백질을 얻어내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거의 진행된 바가 없다"며 "이번 연구가 상용화될 경우 한국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체단백질 분야에서 크게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