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아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퍼지고 있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유가상승을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최근 환율이 정체상태여서 '환율 방패'마저 사라진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아직까지는 감내할 만한 상황인 만큼 추이를 좀더 지켜보자'면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 ○유가 전망치 완전 빗나가 작년 말 재정경제부가 '2005년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전망한 국제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35달러.2003년 33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약간 높여 잡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국내 원유 도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평균 45달러에 육박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주말 52달러 턱 밑까지 치솟아 이달까지 평균가격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국제유가 상승세를 주도하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물 가격은 20일 장외시장에서 60달러선마저 돌파했다. 유가 전망이 형편없이 빗나간 것은 정부뿐 아니다. 정부와 민간의 석유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올초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30달러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봤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뒤늦게 45∼50달러로 높이는 부산함을 떨었다. ○무역 물가 성장 초비상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연평균 1달러 오를 경우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15%포인트 높아지며 △무역수지는 7억5000만달러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지난해 원유 도입가는 평균 33달러 수준이었던 데 반해 올 들어 5월 말까지 평균 43달러로 10달러나 올랐다. 유가 급등의 여파로 올 1~5월 중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7억7000만달러 줄었고,지난 1분기 성장률은 2.7%로 주저앉았다. 물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정부 목표치인 3% 초반에서 안정되고 있지만 초고유가의 충격이 국내 원유 도입가격에 본격 반영되는 7월부터는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주고 원유를 들여와야 한다. 원유가격이 뛰면 각종 유류가격은 물론 전기료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이 들먹거릴 수밖에 없다. ○정부 대책 뭔가 정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론 에너지 과다소비 구조를 바꾸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단기대책은 없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고 털어놨다. 산업자원부는 2003년 여름 두바이유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자 3단계 대책을 마련했었지만 지금은 50달러를 넘어선 마당이어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 일각에선 유가가 오를 때마다 실시했던 승용차 10부제,네온사인 끄기 등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