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어제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서울에서 시작됐다. 장관급 회담이 중단된 지 13개월 만에 개최된데다,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회동으로 대화 분위기가 어느때보다 성숙된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구체적이고 진전된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 장성급 회담, 이산가족 상봉, 공해상 어업과 관련된 수산회담, 서울~평양 간 직항로 개설문제 등 다양한 안건들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역시 핵심의제는 핵문제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非核化)와 7월중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북한의 구체적 실천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포기를 전제로 우리 정부가 제시한 '중대 제안'에 대해 북측이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한 만큼 이번 회담에 이목이 집중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북측이 핵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전된 입장을 갖고 이번 회담에 임하고 있는지에 대해 무엇보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만큼은 국제사회가 북측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핵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이번 회담이 예전처럼 단순히 남북간의 말싸움 회담에 그쳐서는 안될 이유이기도 하다. 북측은 이런 정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핵문제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핵문제뿐 아니라 이번 회담 의제인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회담,공동어로,서울~평양간 직항로 개설 등에 대한 심도있는 협의를 통해 구체적 결실을 이끌어내는 것도 남북간 경제협력과 교류확대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결국 이런 문제도 핵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한 남북간의 신뢰가 바탕을 이뤄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북측의 6자회담 복귀를 비롯해 김 위원장과 정 장관의 회동에서 합의된 현안들의 후속 조치를 보다 실무적으로 구체화시킴으로써 남북간 새로운 신뢰관계 구축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측이 이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