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6월위기' 진짜 오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제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의 '6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의 대형 헤지펀드들이 실적부진으로 잇따라 문을 닫기로 함에 따라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폐쇄를 결정한 헤지펀드들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미국 회사채 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달 발생한 'GM쇼크'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헤지펀드들의 올 2분기 수익률 보고서가 나오면 투자자들의 환매요구가 러시를 이뤄 헤지펀드들이 줄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헤지펀드 줄줄이 청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헤지펀드인 베일리 코우츠가 저조한 수익률로 문을 닫기로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한때 13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했던 이 펀드는 올 들어 20%의 손실을 기록,최근 운용자산이 전성기 때의 절반도 안되는 6억3500만달러로 쪼그라들자 투자자들에게 펀드 폐쇄 방침을 통보했다.
베일리 코우츠는 미국 채권 시장에도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와 'GM쇼크'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국 헤지펀드인 마린 캐피털 파트너스 역시 지난주 펀드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환사채(CB) 차익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이 펀드는 한때 2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굴렸으나 GM과 포드 신용등급 추락의 직격탄을 맞고 끝내 문을 닫기로 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헤지펀드인 아만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파생상품 투자에서 22%의 손실을 기록,펀드를 청산키로 했다.
이 펀드는 전 세계의 외환,주식,채권 파생상품 등에 모두 투자하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사용했던 만큼 GM 회사채나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내로라하는 유명 펀드들도 수익률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의 GLG 펀드는 올 들어 현재까지 -15%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베가 헤지펀드가 운영하는 2개 펀드도 모두 손실을 내고 있다.
◆순자금유출 예상도 나와
이달 말에는 헤지펀드들의 2분기 실적보고서가 나오는 데다 상반기를 마감하면서 환매제한이 풀리는 헤지펀드들도 많을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특히 '수익률 악화-환매요청-펀드 자산 청산-수익률 악화'라는 악순환이 연쇄반응을 일으킬 경우 헤지펀드 업계는 물론 금융시장 전체가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스코티시 위도우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십의 니겔 볼턴은 "몇몇 헤지펀드들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며 대량 환매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뉴욕의 헤지펀드 캐도건의 스튜어트 리프는 "환매요청과 이에 따른 펀드 청산이 올 연말까지 잇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다음달 발표될 2분기 헤지펀드 자금유입 통계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헤지펀드 유출자금이 유입자금보다 많은 순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헤지펀드 리서치는 "지난해 4분기 헤지펀드 업계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올 1분기에는 270억달러가 유입됐으나 2분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은 아니다' 반론
헤지펀드 업계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려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추정하는 CSFB 트레몬트 컴포짓 인덱스에 따르면 'GM쇼크'가 발생했던 지난 5월 헤지펀드 업계 수익률은 0.15%로 4월의 -1%보다 오히려 개선됐다.
또 올 들어 현재까지 수익률은 0.03%로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다.
CSFB의 올리버 셥은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데다 GM 관련 충격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헤지펀드 업계가 그런대로 현상유지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캐도건의 슈튜어트 리프는 "부동산과 국채시장은 이미 과열 상태이고 주가도 상당히 올라 마땅한 투자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헤지펀드로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