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PC사업을 인수한 중국 롄샹(聯想)이 주요 PC시장 경쟁업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입을 앞두고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델 컴퓨터 이메일 사건'은 단적인 예다. 미국 델의 한 직원은 지난 4월 말 고객에게 'IBM PC제품 1달러를 사면 중국 정부에 1달러를 주는 꼴'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IBM PC 매입은 '이적행위'라는 시사였다. 롄샹은 델이 미국과 중국 간 불편한 국가 감정에 편승해 조직적으로 '롄샹 죽이기'에 나섰다고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롄샹은 "델 노트북PC의 95%가 중국에서 조립돼 세계 시장으로 나간다"며 "그렇다면 델PC를 사는 것 역시 중국 정부에 돈을 주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싸움은 델 컴퓨터가 "영업사원 개인의 소행일 뿐 회사와 무관하다"고 공식적으로 유감을 밝혀 일단락됐다. 하지만 세계 PC시장의 두 메이저 사이에 패인 감정의 골은 여전히 깊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롄샹 죽이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HP는 연초 대만에서'連想,想都不要想(여러 번 생각해도 터무니없다)'라는 광고 문구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連想'의 중국어 발음은 '롄샹'으로 '聯想'과 똑같다. 곧 이 선전문구는'롄샹(聯想),터무니없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롄샹은 이 광고에 위법성이 없다는 점에서 속으로 끙끙 앓아야 했다. 이 같은 공격에 롄샹의 방위선은 속속 무너지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IBM의 주요 고객이었던 GE가 "앞으로는 델과 거래할 것"이라며 말을 바꿔 탔고, IBM 고객이었던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도 HP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롄샹이 경쟁업체들의 집중 포격과 견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세계 PC 업계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