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대형 아파트 용지 공급이 전면 보류된 판교신도시의 개발 방식을 놓고 정부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공공 개발론'의 개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일절 함구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정확한 의미를 알 길이 없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택공사나 정부가 관리하는 연·기금 등이 주택사업의 주체로 직접 나서고 민간업체는 시공만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분양가를 정부가 간접 관리할 수 있어 고(高)분양가 논란을 잠재울 수 있고 중·대형 아파트 일부를 장기 임대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어 정부가 매력을 느낄 법하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주공 아파트 대거 늘어나는 셈 공공 개발이란 판교에 조성되는 중·대형 아파트 용지를 민간업체 대신 주공이나 지자체,국민연금,국민주택기금 등 공공 부문이 분양받아 직접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주공이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 안에서 분양·임대주택의 시공을 민간업체에 맡긴 뒤 브랜드는 '주공아파트'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현행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방식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공영개발 방식'의 중간 형태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업체에 택지를 팔고 민간업체가 다시 아파트를 지어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공급 절차가 한 단계 줄어들게 되고 결국 분양가를 간접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실련 등이 주장하는 공영개발 방식의 경우 택지를 아예 주공 토공 등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아파트)만 분양 또는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토지 공유제의 성격이 강한 편이다. ◆임대주택 물량·평형 조정 가능성도 판교를 공공개발 방식으로 조성할 경우 임대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물량 및 평형 조정이 병행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 판교신도시에 들어설 임대주택은 국민임대주택 5784가구,공공임대주택 4384가구 등 모두 1만168가구다. 평형별로는 전용면적 18평 이하가 8446가구,18~25.7평 1425가구 등 전체 물량의 97%가 중·소형 평형이다. 전용면적 25.7평을 넘는 임대주택은 297가구로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아파트 분양 주체로 나설 경우 중·대형 평형 중 일부가 장기 임대주택으로 대거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로서는 일반인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임대주택 기피현상을 줄이는 동시에 집값안정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보유 욕구'를 '거주' 쪽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중·대형 택지 공급 보류 결정 직후 "판교는 부동산정책 전면 재검토 방침의 시범 사업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없나 아파트 분양 주체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민간업체들이 시공권만 확보할 경우 무엇보다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시공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형 업체들은 아예 시공권 수주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업체들이 대부분 공사를 맡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아파트의 시공 단가가 워낙 낮고 과열 경쟁이 겹쳐 저가 수주관행이 넓게 퍼져 있는 실정"이라며 "공공 아파트의 시공을 맡은 민간업체 상당수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판교의 중·대형 평형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경우 과연 서울 강남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의 주택 수요는 새 아파트나 지금보다 넓은 평수를 원하는 이른바 '대체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보유 욕구가 강한 이들이 과연 임대주택에 눈을 돌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