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이틀 전 한 사병에 의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던 경기도 연천 최전방 경계초소(GP)를 찾은 것은 21일 오후 1시20분. 헬기 버스 지프 등을 번갈아 타며 1시간여 만에 도착한 곳엔 콘크리트 건물 한 채가 덜렁 있었다. 군 수사기관이 쳐놓은 노란색의 출입금지선만 없었다면 겉 보기에는 참사가 일어났다는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현장 취재는 강성국 ○군단 수사과장(소령)의 안내와 설명으로 사고 당일 가해자 김모 일병의 동선을 따라 가면서 30여분간 이뤄졌다. 반지하로 된 내무반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복도 오른쪽에 위치한 취사장 입구에서 처음 마주친 것은 핏자국.취사병 조모 상병이 군 수사관이 표시해 놓은 '흰색 페인트'로 남아 그곳에 누워 있었다. 취사장을 지나 복도 왼쪽 내무실로 들어섰다. 수류탄이 터진 침상에는 피범벅이 된 매트리스와 담요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침상에는 박모 상병,바닥에는 차모 상병 등이 역시 '흰색 페인트'로 남아 있었다. 천장에는 수류탄 폭발과 함께 매트리스 조각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5명이 숨진 내무실은 군 부대 특유의 매캐한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있었다. 이번 현장취재는 헬기시간에 쫓겨 3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끝났다. 현장방문을 통해서도 속시원히 풀리지 않은 많은 궁금증을 머릿속에 담은 채 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김 일병은 단지 선임병들의 폭언 때문에 이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사고 당일 밤 이곳 GP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일부 부대원들의 관물대 위에 남아 있는 사진속 가족 친구 애인 등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지 않을까. 연천=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