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파리'라고 불리는 캐나다 몬트리올.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 2.5㎞가량 이어진 구 시가지(Old Port City) 한 편에 세계적인 서커스단 '시르크 뒤 솔레이유(Cirque du Soleil·태양의 서커스)'의 알록달록한 공연장 텐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높이 50m 지름 100m의 거대한 원형 텐트 속으로 들어서자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 2700여명이 숨을 죽인 채 막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트럼펫과 현란한 바이올린 선율이 정적을 깨면서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서커스 '코르테오(Corteo·이탈리아어로 즐거운 행진)'의 막이 올랐다. 지상에서는 난쟁이들이 공중 3회전 묘기를 펼치고 하늘에서는 천사 옷을 입은 미모의 여인들이 외줄에 몸을 맡긴 채 날아 다닌다. 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고난도의 기계체조,패션쇼를 연상시키는 발레 연기,오페라 가수를 능가하는 연기자들의 가창력,원격 조종되는 인공지능 로봇의 우스꽝스런 움직임에 관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월트디즈니 리조트.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서커스 '라 누바(La Nouba·프랑스어로 대향연)'를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2000여명의 관객들은 연신 탄성을 올렸다. 의자를 아슬아슬하게 10층이나 쌓아올린 어릿광대와 앙증맞은 중국인 소녀들의 요요 쇼,수십 명이 펼치는 공중제비(텀블링)로 2시간30분의 공연이 모두 끝나자 관객들의 기립 박수는 10분이 넘게 이어졌다. 호주에서 왔다는 모니크 에이브러햄은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모든 동작이 시르크 뒤 솔레이유 공연에 녹아들어 있다"고 극찬했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는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길거리 곡예사 기 라리베르테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서커스 업체. 설립 당시 73명이던 단원 수는 현재 3000명을 넘어섰고 체조 선수 출신 연기자들만 700여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시르크 뒤 솔레이유 공연을 본 사람은 전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5000만명을 넘어섰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사양 산업이던 서커스를 새롭게 재해석,지금은 캐나다 최대 문화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샨탈 코테 미디어 담당 이사는 "시르크 뒤 솔레이유는 '서커스를 재창조한다'는 기업 이념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공연은 체조선수 가수 작곡가 의상디자이너 건축가 엔지니어 코미디언 조명예술가 등이 힘을 합쳐 완성해 낸 종합예술 작품이어서 한번이라도 쇼를 관람한 사람은 중독된다"고 상당한 자부심을 피력했다. 입장료가 80∼150달러 안팎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끊임없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는 '상설'과 '순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플로리다의 월트디즈니 리조트와 라스베이거스 주요 호텔 4곳에서는 1993년부터 상설 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공연의 경우 하루 평균 1만여명이 관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5%가 이 서커스를 관람하는 셈이다. 순회 공연은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취리히 나고야 멜버른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평균 2∼3개월 동안 진행되며 서커스단이 가는 곳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과 DVD,캐릭터 상품이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도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공연을 유치하기 위한 기획업체들 간 물밑 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 공연 기획업체 관계자는 "시르크 뒤 솔레이유 공연을 유치하려면 연기자들뿐 아니라 의사 요리사 등을 모두 초청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50억원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몬트리올(캐나다)·올랜도(미국)=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