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21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3박4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8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14차 회담 이후 13개월여 만에 재개된 장관급 회담은 지난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평양 면담에서 합의된 사항의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이날 첫날 만남부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회담전망을 밝게 했다. ◆회동 안팎=상견례 자리부터 덕담이 오갔다. 정 장관이 "오늘이 하지(夏至)다. 낮이 길고, 봄에 뿌린 씨앗이 잘 익는 시기다. 남북 관계를 잘하라는 상징"이라고 언급하자 권호웅 북한 내각책임참사는 "좋은 생각이다. 힘을 합쳐 잘해봅시다"라고 화답했다. 이어진 만찬회동에서 정 장관은 "화해 협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지난 6·15 기념행사를 통해 확인한 서로의 신뢰가 장관급 회담을 통해 보다 구체화되고 진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 수석대표인 권 참사는 "북남관계를 활력 있게 전진시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강구해 온 겨레에 기쁜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며 "평양에서 펼쳐졌던 격동의 파도가 서울회담장으로 이어져 훌륭한 수확을 거두기 바란다"고 의욕을 보였다. ◆논의전망=양측은 22일 오전 10시 회담대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의제에 대한 실제 협의에 들어간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8·15 이산가족 상봉 △장성급 회담 재개 △수산(水産) 회담 개최 △서울~평양 간 한반도 상공을 통한 직항로 개설 등이다. 특히 경의선 우선 개통을 통한 남북 간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경협추진위 남측대표인 박병원 재경부 차관과 북측 대표인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 간 협의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핵 문제는 '김-정 간 6·17 회담'에서 가닥이 잡혀 새로운 논의는 없을 전망이다. 이번 회담은 특히 주요 안건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 데다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아 전향적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양측 모두 불필요한 소모전 없이 회담을 실무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회담장 테이블도 기존의 직사각형이 대결 국면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준다는 판단에 따라 원탁형으로 바꿨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