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중계 비디오게임 등 새로운 홈엔터테인먼트의 등장 탓에 지난 80년대들어 전세계 서커스 업계의 잠재 성장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서커스 업체들은 위축되는 시장을 빼앗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시르크 뒤 솔레이유는 처음부터 남과 다른 길을 걸었다. 이미 포화된 시장 속에서 싸워봐야 남은 것은 상처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서커스단은 대신 '서커스는 이래야 한다'는 업계의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객들은 이미 떠나가고 있는데 예전의 방식 그대로 공연을 하고 있다면 새로운 고객이 늘지 않음은 물론 새로운 고객을 잡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서커스를 재창조해야겠다는 생각,그것이 시르크 뒤 솔레이유를 블루오션을 개척한 대표적 성공사례로 만들게 했다. 새로운 서커스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분명했다. 지금의 고객보다 훨씬 더 넓은 고객집단을 잡을 수 있도록 비약적인 가치향상을 주는 차별화였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는 서커스 공연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대안(alternative)으로 찾는 것이 바로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서커스의 비고객들인 이 집단은 훨씬 규모도 크도 돈도 많이 쓸 수 있는 어른들이 중심이었다.


이 서커스단은 이들을 잡기 위해 서커스,연극,뮤지컬 등으로 나뉘어 있던 산업의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서커스도 연극도 뮤지컬도 아닌 새로운 블루오션공간을 만든 것이다. 서커스의 재미와 스릴은 살리면서도 연극의 지적 세련미와 풍부한 예술성이 담긴 무대를 재창조하려고 노력했다. 클래식 콘서트,뮤지컬,연극,체조경기,발레,패션쇼 등 무대 위에서 열리는 모든 예술공연의 시장 경계선을 무너뜨려 기존의 서커스 고객들뿐 아니라 '비고객 (non-customer)'이었던 성인 연극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눈을 감으면 환상적인 뮤지컬 음악을 감상하고 눈을 뜨면 아름답고 강렬한 '체조연극(acrobat play)'을 보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성공 요인을 전략캔버스로 풀어 보자.이 서커스단의 전략캔버스는 기존 서커스단과 확연하게 다르다.


먼저 기존 서커스단의 가치곡선을 보자.스타광대와 동물공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기존 서커스단이 서로 경쟁사보다 '조금 더 인기있는' 스타 광대, '조금 더 눈길을 끄는' 동물 묘기 등으로 승부를 걸고 있음을 뜻한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가치혁신은 기존 서커스단과 뚜렷하게 다르다. 스타광대,동물묘기쇼 등 돈이 많이 들지만 가치 없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줄였다. 대신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해 테마와 이야기가 있는 공연을 만들었으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예술적인 주제가와 음악을 준비했다.


전략캔버스에 나타나는 가치곡선의 차이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차이이기도 하다. 고객들은 시르크 뒤 솔레이유를 서커스보다는 오히려 뮤지컬이나 발레가 가미된 예술적인 곡예로 여기게 된다. 그만큼 가치있게 여기고 자주 찾게 된다는 얘기다.


차별화와 원가절감을 동시에 추진해 거대시장을 장악한 이 서커스단은 그러나 보다 나은 가치혁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40여명으로 이뤄진 인재발굴팀은 최우수 체조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전 세계 각지를 떠돌아 다닌다. 미국 중국 브라질 등을 비롯해 체조 기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서 올림픽 대표급 선수들을 영입해 동종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약 700여명에 달하는 시르크 뒤 솔레이유 연기자들의 국적이 40여개국에 달하고,사용 언어가 25가지나 된다는 사실은 이 업체가 얼마나 예술적 다양성과 기술을 중시하는지 잘 말해준다.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또 다른 성공비결이다. 서커스에서 사용되는 모든 의상과 소품을 300여명의 디자이너와 염색 기술자,목수,제화기술자 등이 직접 제작하고 있다. 몬트리올시 북동쪽 생미셸 지구에 위치한 이 회사 본부에서 지난 한햇동안 제작된 의상은 2만벌에 달하고,연기자들의 신발만도 4000켤레에 이른다.


이 회사 샨탈 코테 미디어담당 이사는 "우리는 연간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5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특히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5%를 넘었다"고 자랑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