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로바니에미 ‥ 白夜의 래프팅 … 짜릿한 스릴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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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가 실실 웃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다는 것인지 연방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힐끗힐끗 쳐다보기까지 한다.
모닥불 위 시커멓게 그을린 주전자를 들어 찻물을 따를 때도 얼굴 가득한 장난기가 가시지 않는다.
도대체 뭐람?
덤보가 궁금증을 풀라는 듯 몸을 돌려 앞쪽의 강물을 가리킨다.
하느님 맙소사!
강물을 보는 순간 두 다리에 힘이 쑥 빠진다.
100m쯤 앞 강물의 기세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영락없는 쓰나미 해일의 축소판이다.
물색은 이상하게도 검어 오싹한 기운을 더한다.
거칠게 튀어오르는 포말도 괴수의 허연 이빨을 연상케 한다.
여자 동행들은 벌써 새파랗게 질려 있다.
'안 한다'는 말이 곧 튀어나올 판이다.
"한 2m높 이로 요동치나요? 물살이 제일 거친 곳이죠. 그러나 걱정마세요. 거기선 안 해요."
핀란드 땅의 30%를 차지하는 북부 랩랜드의 중심도시 로바니에미.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공항에서 20분 달려 라우단요키 강을 마주한다.
북구에서 즐기는 래프팅 시간이다.
선뜻 나서기가 쉽지는 않다.
일단 물을 타면 한 번은 빠질 것 같은 거친 물살이 발목을 붙잡는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로바니에미에서나 즐길 수 있는 '백야(白夜) 래프팅'이기 때문이다.
북극권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지역이어서인지 한여름이면 해가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지 않아 밤새 훤하고,떨어진다 해도 캄캄하게 어두워지지 않는 바로 그 백야에 즐기는 래프팅 말이다.
"여러분은 노를 젓고 나는 방향을 잡습니다."
그대로의 옷차림 위에 전용 방수구명복을 입고,목이 긴 장화와 두툼한 장갑으로 중무장을 한 일행 앞에서 덤보가 목소리를 높인다.
발끝은 고무 래프트 칸막이 틈새에 단단히 박아 넣어야 하며 중심이 흔들리면 래프트를 두르고 있는 끈을 잡을 것,혹시라도 빠질 경우 물살에 몸을 맡기고 편안히 누워 있을 것 등등.
"패들!" 노를 저으라는 덤보의 구령에 옆으로 뒤로 슬금슬금 밀리던 래프트가 제 길을 잡는다.
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긴 나무다리 아래의 비카 급류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빠르기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놀이공원의 웬만한 후룸라이드 저리가라다.
곧바로 앉은키의 네댓배를 넘는 물살이 번쩍 들어올려진 래프트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래프트가 물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갑작스러운 물세례를 받은 일행의 비명소리가 날카롭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출렁거리고 나니 몸이 다 개운하다.
이제는 어떤 물살도 타넘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모두들 기세등등하다.
"조용히 하고 이 침묵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숨은 깊이 들이쉬고요."
호수같이 너른 물길 중간쯤에 들어서자 덤보가 노를 멈추라고 한다.
사방은 아직 새벽 같은 분위기.
멀리 구름 사이를 발갛게 물들였던 노을이 스러지고 있다.
강물을 따라 빼곡한 자작나무의 하얀 줄기와 연록색 잎사귀가 한층 신비스러워 보인다.
그 자작나무숲에 들어선 별장과 사우나시설 풍경이 그림 같다.
방향을 알 수 없는 잔잔한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일제히 도드라지고,쇳덩이보다 무거워 보이는 색깔의 강물에 대한 두려움도 말끔히 가신다.
그리고 오른쪽 병목처럼 좁아지는 물길 저만치에 있는 또 하나의 여울.
다리 아래 바툰키 급류가 일으키는 하얀 포말이 만만찮아 보인다.
그러나 모두들 비카 급류에서 요령을 익힌 터.
용기백배해 "앞으로!"를 외치는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 넘친다.
백야 래프팅을 하고 나면 사우나 생각이 간절해진다.
피곤한 몸을 푸는 데는 역시 핀란드식 사우나가 최고다.
아주 건조하고 뜨거운 사우나에 앉아 땀을 빼면 피부도 말갛게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로바니에미 외곽 오우나스바라 언덕 정상에 있는 스카이호텔은 백야 래프팅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숙소로 인기가 높은데,객실의 사우나 또한 깔끔하다.
사우나를 할 때 알아둘 점 한 가지.
사우나 안에 놓여 있는 세숫대야와 국자의 용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뜨겁게 달아오른 돌에 물을 끼얹을 수 있도록 놓아둔 것이다.
국자로 세숫대야의 물을 퍼 돌에 끼얹을 때마다 사우나 안이 한층 후끈거린다.
호텔에 작은 스키장이 딸려 있어 겨울에는 스키도 편히 즐길 수 있다.
산타마을에도 들러볼 만하다.
눈 내리는 겨울의 운치를 따를 수야 없겠지만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 사진을 찍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살 수 있어 즐겁다.
더 큰 산타마을이 있는 스웨덴 사람들조차 이곳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을 더 쳐준다고 한다.
원래 핀란드 아이들은 막연하게나마 산타 할아버지가 '귀의 산'이라는 뜻의 코르바툰투리산에 산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1920년대 한 라디오방송의 인기 진행자가 "산타 할아버지는 코르바툰투리산에 살고 있어 모든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을 수 있다"고 방송해 어린이들의 믿음에 확신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그 후 멀리 떨어진 코르바툰투리산을 대신해 산타마을을 짓게 된 것.
산타마을의 중심은 산타우체국이다.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산타 할아버지한테 보낸 편지가 이곳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의 경우 191개 나라에서 50만통이 배달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도 많이 보인다.
산타를 돕는 비서들이 각국 언어로 만든 산타 소인을 찍은 답장을 써 보내준다.
산타 집무실에 가면 직접 산타를 만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현재의 산타 할아버지는 한국에도 온 경험이 있어 '자장면을 먹고 싶다'는 등 한국말도 꽤 한다.
산타마을에서 2km쯤 떨어진 곳에 산타를 주제로 한 테마공원 산타파크가 있다.
인근 순록농장에서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 사슴 코' 순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로바니에미(핀란드)=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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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핀란드의 정식 국명은 핀란드공화국이다.
핀란드 말로는 '숲의 나라'라는 뜻인 '수오미'라고 한다.
수도는 핀란드만 초입의 해안도시 헬싱키.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토 면적은 33만8000㎢.한반도보다 1.5배 정도 크다.
국토의 3분의 1이 북극권에 속해 있다.
인구는 520만명으로 90%가량이 루터복음교를 믿고 있다.
한국보다 7시간 늦다.
유로화를 쓴다.
유로화의 요즘 환율은 1유로에 1255원 안팎.
교향곡 '핀란디아'를 쓴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널리 알려져 있다.
주로 핀란드산 자작나무에서 추출하는 '자작나무 설탕'인 자일리톨의 본고장으로도 낯익다.
한국에서 핀란드(헬싱키)행 직항편은 없다.
핀에어가 중국 베이징∼헬싱키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헬싱키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핀에어는 2007년 인천∼헬싱키 직항노선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로바니에미는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800km,비행기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다.
핀란드 북부 랩랜드주의 주도다.
북극권 맨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2차대전 말 독일군에 의해 완전 파괴되었는데 전후 핀란드의 유명 건축가 알바르 알토의 설계로 새로이 태어났다.
인구는 3만5000명.
800여 가구가 순록을 방목한다.
6월 초부터 한 달 정도 수평선 밑으로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현상이 지속된다.
겨울철만 되면 산타마을을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한여름도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아 피서 여행지로 그만이다.
스칸디나비아관광청(02)777-5943,www.visitscandinavia.or.kr,핀에어(02)724-7182,www.finnair.co.kr,로바니에미관광국 www.rovaniemi.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