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별거명령이지만 오히려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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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명령에 남녀가 따로 있나요.갑작스러운 발령에 얼떨떨하기도 하고 아직 거창한 포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발로 뛸 각오만은 돼 있습니다."
KOTRA는 오는 10월 신설되는 멕시코 몬테레이 무역관 개설요원으로 한연희 주력산업유치팀 과장(34)을 22일 선발했다.
KOTRA에서 신규 무역관 개설요원으로 파견되면 그 지역 무역관장을 맡는 것이 상례.따라서 한 과장은 43년 KOTRA 역사상 첫 여성 무역관장이 되는 셈이다.
오는 8월 1일 현지로 출발하는 한 과장은 입사 당시 "책상에 앉아 있을 거면 왜 KOTRA에 입사했느냐"는 선배의 말을 아직도 직장훈으로 삼고 있다며 현장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겠다고 강조했다.
한 과장은 "여성이라고 특별한 배려를 받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해외에서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입사 때부터 각오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뒤 1997년 입사한 한 과장은 2000년부터 3년간 마드리드 무역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남편과는 3년 이상 헤어져 살아야 하는 처지다.
"이런 직장 사정을 잘 이해하고 적극 지원해 주는 남편이 고마울 뿐"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 과장이 무역관장을 맡아 현지 채용 직원 2명과 근무할 몬테레이는 멕시코 북동부에 위치한 공업도시.몬테레이 무역관의 역할도 멕시코 북부 및 대미 수출을 위한 전초기지다.
한 과장은 "소비의 요충지이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급성장한 몬테레이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계류 부품 소재 등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오는 9월 문을 여는 쿠바의 아바나 무역관 개설요원으로는 일본 아이치엑스포 한국관에 파견돼 있는 조영수 차장(44)이 선발됐다.
미수교국에 무역관이 설치되기는 지난 80년대 동구권 국가 이후 처음이다.
조 차장은 "쿠바는 카리브해 지역 최대 수입 시장의 하나로 5∼10년 내 중남미는 물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물류기지로 부상할 것"이라며 "무역관 개설로 한국 기업이 본격 진출하면 쿠바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1억5000만달러 수준에서 5억달러대로 단숨에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