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신용보증 기관으로 하여금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한계 기업이나 우량 기업 등에는 보증을 줄이는 대신 창업·기술 기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에는 보증을 늘리도록 보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또 재원이 바닥난 기술신보에 대해서 하반기 중 금융회사 출연금 5100억원을 투입키로 했으며 기업의 보증수수료와 금융회사의 출연료율도 높이기로 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2일 당정 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용보증제도 개편 및 기술신보 재정 안정화 방안'을 마련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 유도 당정은 그간 '묻지마 퍼주기' 식으로 운용돼 온 보증 제도를 '가려서 돈 대주기'로 바꾸기로 했다. 회생 불가능한 한계 기업과 오랫동안 보증 혜택을 받아온 기업에 대해선 보증을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지원이 그다지 필요 없는 우량 기업에 대해서도 보증을 축소키로 했다. 이렇게 해서 보증 여력이 확충되면 창업 기업이나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등에 보증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당정은 보증 기금의 건전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방법은 보증 지원을 받는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를 더 걷고 금융회사의 출연료율도 높이는 것이다. 다만 기업과 금융회사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회사별 수수료율과 출연료율은 차등화하기로 했다. 또 기업의 대출금 중 보증이 차지하는 비율도 현재의 85%보다 낮은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당정은 기술신보에 올 하반기 중 5100억원을 긴급 투입,보증 중단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하반기 중 신보에 낼 2600억원을 기술신보에 돌리고 내년 중 금융회사가 기술신보에 낼 2500억원을 미리 걷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자금마련 걱정' 이 같은 당정 합의에 대해 중소·벤처업계는 담보관행 위주로 돼 있는 현 금융시스템의 변화 없이 보증 제도만 바뀔 경우 중소기업들의 대출 여건만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종덕 음반제작업협동조합 이사장(디지털에버그린 대표)은 "85% 비율의 신용보증서를 가져가도 은행에서는 예·적금 가입 등 각종 꺾기를 강요하기 일쑤고 나머지 15%의 위험을 지기 싫어 4∼5%의 담보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보증 비율을 낮춘다면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한섭 기협중앙회 경영지원팀장은 "일시적으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이 한계 기업으로 몰려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준동·송태형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