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조폐공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을 보면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 원칙이 무엇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더해 특히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에 휩싸였던 철도공사의 경우 전문성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정치인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공기업 혁신 의지마저 무색하게 한다. 정부는 법에 따른 공모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것은 구색(具色)갖추기용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내정 인사들만 하더라도 공모가 시작될 때부터 나돌기 시작했던 소문들이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는 얘기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모절차를 거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추천됐음에도 청와대 인사추천회의가 제동을 걸면서 재공모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 역시 생각해 볼 점이 분명히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미 네 차례나 공모를 했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세 차례 공모를 거치고 나서야 겨우 임명됐다. 그리고 가스공사 등 일부 공기업들은 현재 2차 공모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렇게 재공모가 남발(濫發)되면 공기업들은 몇 개월씩이나 업무 공백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대로 된 인사를 뽑기 위한 것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도덕성 등 과거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때문이라는 정부 설명과는 달리 철도공사나 조폐공사의 경우에서 보듯 이른바 '코드'에 맞는 인사를 찾으려고 하는 데서 이런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지난해 4월 정부산하기관관리법을 고쳐 지금의 공모제가 도입됐지만 특정인사를 내정한 뒤 공모절차는 구색갖추기용으로 생각하거나 재공모를 거듭하면서까지 코드에 맞는 인사를 찾으려 한다면 공모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같은 공모제하에선 신청을 했다가 탈락하면 졸지에 도덕성이나 자질에 문제 있는 사람으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정말 우수한 인력들은 응모를 기피할 것이 너무도 뻔하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인사시스템 혁신을 수 없이 강조해 왔지만 중요한 것은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니다. 운용하는 사람이 편의적으로 이용하려 들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춘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