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중기지원 '제도보다 실행'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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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발표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체계 개편 방안'은 한마디로 기술집약적인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우량기업이나 경쟁력 없는 한계기업들에 대한 신용보증(信用保證)과 정책자금 지원을 줄이고,여기서 확보된 여력을 창업·기술기업 쪽으로 돌려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지원이 부실기업들의 도태(淘汰)를 막아 구조조정을 지연시켜온 것도 사실이고 보면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개편을 갑작스럽게 추진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은행들의 담보위주 대출관행 등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된 금융현실은 변하지 않은 채 정책금융만 축소될 경우 결국 중소기업들의 자금난만 가중시킬 게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개편방안의 핵심인 신용보증제도 개편 등은 금융환경 변화를 감안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실제 정부는 한계기업과 함께 우량기업의 보증까지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은행들의 담보위주 대출관행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卓上空論)에 불과하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우량기업도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금융현실을 생각하면 자칫 우량기업들마저 어려움에 빠뜨리는 사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기술력을 토대로 정책금융을 지원하려면 먼저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평가가 신뢰성을 잃는다면 과거의 부실지원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형태의 부실만 낳을 뿐이라는 점에서 기술평가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도개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집행과정이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벤처지원이나 신용보증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소기업 지원규모 목표를 세운 뒤 실적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지원해놓고는 사후관리에도 소홀했던 것이 높은 사고율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신용보증 등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정치사회적 목적에 따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집행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시장의 실질수요에 맞출 수 있도록 시장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