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기 인사수석은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언론과 크게 대립하거나 외부와 충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0년 공무원 관록을 바탕으로 느리고 조용한 말투,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인사라는 예민한 업무를 다뤄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권을 종합적으로 얼마나 잘 보좌했는지 평가는 이르지만 감정의 폭은 잘 조절해왔다. 그런 그가 23일 예고없이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길게 '웅변'했다. 철도공사 사장에 이철 전 의원,조폐공사 사장에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내정된 것에 대해 언론들이 일제히 '공모제라지만,낙하산 인사다' '특정정당 선거낙선자 챙기기다'며 비판하자 해명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었다. 그는 30분간 이런 비판에 조목조목 해명하고,기자 의견도 듣는 등 50여분간 대화했다. 평소보다 강한 어조였던 김 수석의 해명과 설명을 정리하면 "당사자 경력들을 보면 (비전문가를 기용하는) 낙하산 인사일 수가 없고,인사절차에서도 문제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 한사람 한사람을 넘어 조금 '큰 틀'에서 보면 오해의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청와대에서 내세워온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마다의 특성·종류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충분히 얻지 못한 것 같다. 김 수석은 이날도 "공공성이 더 중시되는 곳도 있고,경영혁신이 중요한 데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임 정찬용 수석 때부터 수없이 해온 말이다. 그런데 어느 공기업,어떤 기관이 공공성이 중시되는 인사대상인지,어떤 곳은 사업성이 중요하게 고려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러면서 인사 때는 늘 통합적 관리능력,도덕성,전문성,참신성을 4대 원칙으로 적용한다고 역설했다. 이렇다 보니 인사 때마다 "낙점자의 경력과 스타일,처지에 맞춰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정 부분 현실성은 있다지만 논공행상적 요소,특히 선거낙선자가 한꺼번에 중용된 것이 아닌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투명한 인사,다양한 인재 중용을 명분으로 참여정부 출범 초 발표했던 추천-검증-논의-임명 등등 '5단계 인사시스템'이 지켜지는지,보완점이 없는지도 다시 살펴볼 시점이 됐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