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윈도 XP를 깔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나요?" "무선조종 모형항공기(RC비행기)를 수출했는 데 사용자가 폭약을 싣고 다른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누구의 책임입니까?" 23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51층 대회의실.무역협회가 주최하고 미국 상무부와 산업자원부가 후원한 '미국 전략물자 수출통제 세미나'에선 국내 수출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갖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140개사 관계자들은 7월부터 전략물자 수출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심정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자칫 규정을 모르고 수출한 물품이 문제가 될 경우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길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표자로 나선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 관리들은 한국 기업의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 주느라 진땀을 흘렸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인지 개성공단과 관련된 질문들이 주목을 끌었다. KT 관계자는 "암호화 기술로 볼 수도 있는 윈도 XP를 개성공단에 있는 컴퓨터에 설치해도 문제가 없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지 로 미 산업안보국 허가담당관은 "암호화 기술은 범위가 상당히 폭 넓다"며 "미국수출관리규정(EAR)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술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정식으로 분류받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국가 내의 별도로 지정된 구역에서 한국인이 해당 제품을 사용할 경우에도 미국 수출관리규정을 따라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로 담당관은 "최종 사용자가 한국인이더라도 특정 구역이 해당 국가 내에 있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최종 사용 목적이 명확하다면 이를 고려해 허가를 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관리규정은 지역이 아닌 국가를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전략물자의 범위와 미국이 정해 놓은 국가별 규제가 세부적으로 나와 있지만 중대한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해당 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마이크로 인피니티 관계자는 무선조종 모형항공기를 수출했는 데 수입업자가 이 비행기에 폭탄을 달아 테러용도로 활용했을 경우엔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로 담당관은 "최종 사용자가 원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허가 신청을 할 때 최종 사용 목적을 명확히 적어내야 한다. 정말 몰랐다면 상관 없지만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 데도 무시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한 직원은 "여러개의 부품으로 분리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부품별로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로 담당관은 "통제대상 부품이더라도 그것들이 어울려 하나의 완성품을 이룬다면 완성품을 기준으로 허가 받으면 된다"면서도 "통제대상인 부품만 따로 수출하는 경우엔 반드시 허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산자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절차만 제대로 지킨다면 전략물자 수출 통제가 강화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걱정될 때는 반드시 산자부나 무역협회에 문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