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노사관계 견해 주목.. "勞 투쟁, '끝장' 아닌 타협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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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4일 "노동조직의 기본은 투쟁이며 전혀 투쟁하지 않는 노조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낼 수도 없지만,투쟁의 목표는 끝장내자는 것이 아니라 타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노사협력유공자 87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하면서 "투쟁력은 중요하지만 반드시 타협을 이뤄내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해야 하고,타협 없는 투쟁은 반드시 실패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 "투쟁의 합리적 목적은 타협하는 것이고,함께 사는 방법을 먼저 찾는다는 전제 아래 적당히 싸우고 타협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사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정책 각론'을 20여분간 자세히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정책에서는 "노·사·정 대타협은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역부족이라 해내지 못했다"며 "노사 모두가 잘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양보해 제도개선이라도 한번 해보자"고 촉구했다.
이어 "노사개혁안은 정부가 만들어 놓고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노사정 테이블에서 타협해 만들려다 합의도,제도개선도 하지 못했다"며 "꿩도 놓치고 매도 놓치고,지금 이런 형국"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제도개선의 '시범사례'로 노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이대로 멱살잡이하고 밀고당기면 그 시간 만큼 사용자도 손해보고 노동자도 손해보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인데,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용안정시스템도 노사정에서 합의가 잘 안 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골프장(캐디),보험모집인,학습지 교사,레미콘 노동자들이 제도의 공백속에서 분쟁이 많다"며 "화물차,택시처럼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경계가 모호하고 시장도 포화상태가 돼서 노사 간에 죽어라고 해봤자 해결될 수 없는 '직종단위의 소외지대'도 있다"고 어려움을 표시했다.
이어 "이런 분야는 정책적으로 산업전체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다 지난번에 (세탁소 제과점 등에) 진입장벽이 좀 어떠냐고 한번 논의해보다 보도가 잘못 나가는 바람에 '바보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며 정부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전에는 노동자들이 내 도움을 필요해 도와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노동자들이 많이 커서 대통령 타도,정권 타도를 공공연히 외치는 수준으로 높아져 내가 도와줄 수 없는 면도 많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초청받은 한국노총 계열 등 노동자 30명은 전원 불참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