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만 해도 유럽 가구업체들은 비슷한 시각에서 가구산업을 바라봤다. '유럽풍 가구는 고전적이며 장중하고 내구성이 높은 고급가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유층이 주타깃이다 보니 가구업체들이 매장 위치를 고를 때 화려한 번화가를 선호하게 됐다. 매장 규모는 비싼 임대료 부담 때문에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가구업체보다 번화한 거리에 매장을 설치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졌으며 영업사업에 대한 친절교육 경쟁도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가구 시장은 붉은 피로 물든 레드오션으로 변해 갔다. 이케아는 이 같은 게임의 법칙에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다. 기존 고객인 부유층보다 비(非)고객인 젊은 층과 서민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고급 원목으로 만든 괜찮은 디자인의 가구를 원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비용절감과 가치향상을 동시에 추진했다. 먼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영업사원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대신 고객이 직접 가구를 고르는 셀프서비스 방식을 택했다. 가구전시 방식을 모든 제품을 진열하는 형태로 바꿨다. 각 가구들도 실제 사용될 때의 모습으로 배치했다. 이케아는 모든 제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대형 매장을 운영했으며 매장위치도 임대료가 싼 도시 외곽을 선택했다. 이케아는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구입 및 배달,사용 단계에서 고객 가치를 창출했다. 이 회사는 매장 내에 대형창고를 설치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창고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가운반 및 배달이 가능하도록 조립되지 않은 평면 형태로 포장했다. 매장은 보통 수백대 이상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매머드급 주차장을 갖춰 자동차를 통한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가구는 조립식이지만 디자인 만큼은 북유럽풍의 격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재료도 고급 원목을 사용했다. 쇼핑과 나들이를 함께 즐기는 가족단위 고객들을 위해 매장에는 카페와 레스토랑,놀이시설까지 갖췄다. 가구를 구입한 이후에는 직접 집안을 꾸미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게 했다. 이케아는 DIY(Do it yourself) 가구의 개념을 도입해 기존 가구업체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가구를 제공할 수 있었다. 기존 유럽 가구업체들이 버릇처럼 지켜왔던 게임의 법칙을 깨뜨리며 새로운 시장공간,즉 블루오션을 창출한 것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