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줄기세포 '역분화'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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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벤처기업 임젠은 난자나 탯줄혈액·골수 없이 환자 체세포를 곧바로 줄기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기술은 줄기세포가 체세포로 분화하는 자연 과정을 거꾸로 돌린 것으로,'닭을 다시 달걀로 만든 것'에 비유될 수 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는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난자를 기증받거나 탯줄혈액(제대혈)·골수를 채취하지 않고 환자 체세포를 직접 줄기세포로 제조,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임젠 김기동 대표는 이를 위해 인간 유전자 가운데 줄기세포가 체세포로 분화하는 데 관여하는 20여개 유전자를 밝혀냈으며 이들 유전자를 조작해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쥐의 뇌신경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든 데 이어 사람 뇌신경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에 알려진 이론에 따르면 줄기세포가 체세포로 분화하는 원리는 유전자가 세포 내에서 활동을 중지함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다. 임젠은 이번에 이 이론을 거꾸로 적용해 활동하지 않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을 통해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들어 냈다.
임젠은 유전자의 활동이 정지된 사람의 뇌신경 체세포에 활성물질을 집어 넣어 다시 작동케 했으며 이에 따라 체세포가 3주 만에 줄기세포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한 결과 신경줄기세포에서만 발생하는 '세포주(neurosphere-like cell)'를 얻어냈다. 또 이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분화시킨 결과 신경체세포인 별아교세포와 뉴런도 찾아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임젠은 줄기세포로 역분화되는 과정에 이용된 유전자 종류에 대해선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환자의 어떤 체세포라도 줄기세포로 되돌려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사람의 피부세포에 대해서도 역분화를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역분화에 성공한 것은 분화의 방향이 어느 정도 결정된 성체줄기세포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의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배아복제로 인한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 논란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역시 "역분화 연구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젠은 올해 하반기에 역분화로 얻어낸 줄기세포를 이용해 고려대 의대와 공동으로 파킨슨씨병과 척수마비 치료에 대한 전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가톨릭대 의대 오일환 교수는 "줄기세포의 분화와 관련한 유전자를 밝혀냈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다른 줄기세포처럼 환자의 몸속에서 인체 장기로 실제 분화할지에 대한 실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