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물량 가뭄'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상장 법인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자사주,외국인 등이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3년째 내리막길이다.


전문가들은 △우량 대기업이 증자를 하지 않고 △최대주주와 외국인 지분율이 계속 늘어나며 △자진 상장 폐지가 증가하는 한편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한 주식 수요는 많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물량 기근 심화


2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법인들의 주식 가운데 유통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3년 말 42.61%,지난해 말 39.94%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 현재 38.05%까지 하락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기업들의 유통주식 비율 평균은 23.30%에 불과하다.


주식 품귀는 기업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증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1차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현금 보유를 늘려 증자의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99년 4월 이후 증자 실적이 전무하다.


시가총액 2위인 한국전력은 15년째 증자한 적이 없다.


반면 최대주주들은 경영권 안정과 주가 관리 등을 위해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 가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도 동반 상승 중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 외국인 지분의 합계가 상장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3년 말 57.39%,2004년 말 60.06%,이달 들어서는 61.95%까지 올랐다.


시장에 쉽게 나오지 않는 주식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유통물량이 줄어드는 데도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계속 늘고 있어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작년 말 8조5000억원에서 5월 말 13조원까지 급증했다.


증권업계는 연말까지 6조∼7조원이 추가로 더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호재·중장기 악재


주식매매 행태가 단기 투자에서 중·장기 투자로 변하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개인들이 간접투자로 돌아서면서 우량주 위주로 장기간 투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인 지분의 지속적인 증가도 한국 증시를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물량 기근 현상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르고 있는 상장 폐지가 물량 부족의 한 원인이라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02년 1건에 불과했던 자진 상장 폐지 사례가 올 들어 이미 8건으로 늘어나는 등 스스로 증시를 떠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상장 유지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물량이 부족해질 경우 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