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국내 4대 공적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잠재적 연금부채)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3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책임준비금이란 연금 가입자가 퇴직하거나 사망했을 때 계약대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쌓아 둬야 하는 돈이며 잠재적 연금부채는 이 책임준비금에서 현재 적립돼 있는 기금을 뺀 나머지를 말한다. 한국사회보험연구소(소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정부혁신지방분권위 자문위원)는 2004년 말 현재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이 577조4019억원인 반면 적립기금은 142조8331억원에 불과해 434조5688억원이 부족한 상태라고 26일 밝혔다. 2003년 말(381조7000억원)에 비해 1년 만에 52조8688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추정 국내총생산(GDP) 778조원의 55.8%에 달하는 규모다. 연금별로는 국민연금의 잠재적 연금부채가 전년 말 254조6000억원에서 2004년 말 292조9640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공무원연금은 92조8000억원에서 103조6440억원 △사학연금은 19조7000억원에서 22조648억원 △군인연금은 14조7000억원에서 15조8960억원으로 각각 불어났다. 군인연금은 잠재 부채규모가 연간 보험료 수입의 32.1배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26.7배,사학연금 22.7배,국민연금은 17.1배에 달하고 있다. 공적연금 전체로는 연간 보험료 수입에 비해 부채규모가 19.3배나 된다. 김용하 교수는 "민영 보험사는 책임준비금이 부족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반면 공적연금 부족액이 점점 커지는 데도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책임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당장 연금 지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부족액이 커질수록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연구개발부장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잠재부채 규모가 급증하게 된다"며 "공적연금 재정 안정화가 늦춰질수록 후세대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재정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호 관동대 교수(경영학)도 "연금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국가 재정 불안을 초래할 공산이 큰 만큼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재정 건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