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무더위에도 아이스크림조차 제대로 팔리지 않을 만큼 경기 사정이 말이 아니다. 연초 반짝 살아나는 듯 했던 내수회복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뀐지 오래고,연일 신(新) 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고유가 쇼크까지 가세해 실물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뛰어넘었지만,연초와 같은 경기회복 대망(待望)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되레 상황은 그 반대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소비자 체감경기는 기준치(100)에 훨씬 못 미치는 91로 내려앉았다.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2.7%로 떨어졌던 1분기 성장률이 2분기에도 비슷하게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올 상반기의 경기성적표는 전반적으로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답답한 것은 정부가 올해 예산사업의 상당 부분을 상반기에 앞당겨 집행하고 중소기업 종합지원책과 각종 경제규제 완화조치를 내놓는 등 경기 활성화에 '다걸기(올인)'를 했는데도 경기가 이 모양이란 사실이다. 우리 경제가 어떻게든 상반기의 고비만 넘기면 하반기에는 본격 회복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던 정부와 한국은행의 장담은 참담하게 빗나갔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하기 바빠졌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을 정부 당국자들에게 그래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재정을 통한 경기진작이 별무효과임이 확인됐고,임시소득공제 연장이니 특소세 인하니 하는 수요자극을 노린 세제지원조치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음이 분명해진 이상 경제정책을 '백지상태에서' 재점검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경기 위기는 재정 세제 등 관급(官給)성 처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등에 관한 시장 메커니즘 작동을 정부가 훼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를 겸허하게 짚어보고 반성해야 한다. 겨냥점이 잘못돼있거나 방향성이 모호해 시장에 혼란만을 일으킨 것으로 지적돼온 정책들은 더 늦기 전에 퇴출시키거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예컨대 상당 부분의 행정수도 기능을 충청권으로 옮기고 176개 공공기관을 전국에 분산 이전하기로 확정지었다면,최소한 균형발전논리로 불허해온 기업들의 수도권 신·증설 계획은 지체 없이 물꼬를 터줘 경기회복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함으로써 기업들의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행위에 대한 사후적 문책(問責) 근거를 확립했다면,정부가 일방적인 잣대를 정해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틀어막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사전(事前)적이고 원천적인 투자봉쇄 장치는 '2~3년 뒤'가 아니라 당장 폐지해 투자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개혁'이라는 접두어를 붙였다고 해서 현실을 무시하고 외면해가며 '성역'으로 고집하는 정책이 있다면,그것은 아마추어적인 의욕과잉과 '학습 부족'에 기인하는 도그마일 뿐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2년하고도 4개월이 흘러갔다. '토론'과 '학습'은 임기의 절반 가까이 동안 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학영 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