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취급하는 제품 중 가구 제지 등 내수경기와 맞물려 움직이는 업종도 여름 비수기를 맞아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가구업체 종사자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경기가 IMF때만큼 어렵다"고 푸념한다. 내수침체와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장기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 에넥스 등 유명 브랜드 업체들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0%가량 줄어들었다. 이달 들어서도 판매부진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비유명 브랜드업체인 중소·영세 가구업체를 통칭하는 '사제'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가구조합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올 들어 지금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의 70%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공동브랜드,공동 판매사업 등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교 대상인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기'도 내수침체와 '윤달'이라는 특수상황의 여파로 업계에서는 이미 '최악'이라고 느꼈을 만큼 좋지 않았다는 데서 더욱 심각하다. 가구업계에서는 이 같은 판매부진이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제지업계도 내수경기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업체 카탈로그 등에 쓰이는 고급 인쇄용지의 경우 통상 6월부터 시작되는 비수기가 한 달 정도 빨라진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신무림제지의 경우 지난달 인쇄용지 내수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10%가량 줄어 미국과 유럽 등 해외로 판매비중을 높이고 있다. 내수 비중이 높은 산업용지의 경우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규제책으로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며 시멘트 등 부대로 사용되는 크라프트지는 내수가 30% 이상 급감,매출부진으로 타개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송태형·임상택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