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 장기금리 하락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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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이 전례없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실질 금리는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연방기금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했지만 장기 금리(미 국채수익률)가 오히려 떨어진 것을 두고 '수수께끼(conundrum)'라고 지적했다.
미 국채 수익률과 같은 금리는 국제자본시장에서 저축과 투자의 균형을 통해 결정된다.
그린스펀이 말한 수수께끼의 배경엔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불균형의 핵심 요인은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다.
최근 몇 년 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다른 국가들,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늘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상황은 케인즈가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에서 주창한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절약의 역설은 "개인으로선 현명한 선택이 경제 전체에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 위에서 얘기한 상황에 적용하면 아시아 국가들이 대미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과잉 저축의 원인이 돼 금리 결정을 위한 저축과 투자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인 아시아 국가들의 활발한 수출이 결국 장기 금리 하락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지난 1997년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중심의 성장전략을 구사해 달러를 위주로 막대한 외환을 축적했다.
이들은 절약의 역설이 지적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개인'과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과잉 저축은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시스템을 약화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부실한 금융시스템은 많은 금융 중개 비용을 요구한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은행 시스템,낙후된 투자자 보호와 기업지배구조,허약한 증권시장 등이 금융시스템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같은 과도한 금융 중개 비용은 투자 수익 하락으로 연결된다.
결국 자본은 자국이 아니더라도 금융 중개 비용이 적은 곳을 찾아 투자기회를 노린다.
국제자본이 미국의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에 매력을 느껴 미국으로 몰려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민에 대한 사회보장과 의료지원 등에 필요한 자금을 국내 저축을 늘려 조달해야 한다.
전세계적인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각국이 자국의 금융시스템을 개선해 자본이 가장 수익이 높은 투자처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저축을 스스로 흡수할 수 있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자국 시장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구하지 못하면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곳을 찾아 밖으로 눈을 돌릴 것이고 결국 자금의 흐름이 미국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갈수록 커지는 전세계 과잉 저축을 계속해서 흡수할 수는 없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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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역임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 글렌 허바드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A Paradox of Interest'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