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 과제는] (下) 부동산 안정책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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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추진한 행정중심 복합도시,신도시,기업도시 등의 개발은 어김없이 땅값 폭등을 불러왔다.
정부는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항상 사후 약방문식 처방으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따라서 혁신도시는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한 투기 억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행정중심 복합도시 주변 지역 땅값은 계획 발표 이후 3~4배씩 올랐다.
평당 10만원을 밑돌던 농지값이 30만~4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김포와 파주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주변 지역 땅값도 개발 계획 발표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원주와 해남 등의 땅값도 기업도시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면서 단기간에 2~3배씩 폭등했다.
땅값 폭등의 배경에는 어김없이 투기꾼이 있었다.
투기꾼들은 개발 계획 발표가 난 곳으로 몰려 다니면서 무차별적으로 토지를 매매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미등기 전매,무자격 중개 행위,붙여먹기 등의 각종 불법과 편법을 자행했다.
땅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문 투기꾼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나 가정주부까지 사모펀드를 만들어 투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땅값이 폭등한 뒤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해 규제에 나서지만 이미 투기꾼들은 모두 빠져 나간 뒤였다.
◆투기는 외지인이 하고 피해는 전 국민이(?)
땅 투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기로 인해 땅값이 급등하면서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비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수원~평택 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정부가 지난 2000년 타당성 검토에 착수할 때 예상했던 용지 보상비는 652억원이었다.
하지만 사업성을 심사하는 사이 땅값이 오르면서 실제 투입될 토지 보상비(올해 기준)는 무려 4800억원(정부 추정)으로 급증했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일부 투기꾼들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있는 셈이다.
개발이익 대부분이 외지인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3월 전국 토지거래 내역을 토대로 매입자의 거주지별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체 거래건수 가운데 현지인의 거래 비중은 49.2%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현지에 살고 있지 않은 외지인의 거래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사전에 넓게 지정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혁신도시 예정지역은 사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후에 지정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기 때문이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동별이 아니라 시·군별로 넓게 지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은 국지적으로 허가구역이 지정되다보니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내부 정보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개발 예정지역 정보를 미리 빼낸 사람들이 투기하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고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토지 보상이 땅값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되는 만큼 현금 보상이 아니라 채권으로 보상을 하는 등 보상 방법을 변경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와 함께 토지거래허가를 피하기 위해 증여,가등기,근저당,명의신탁 등의 편법·탈법을 동원하는 것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