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도 당당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가 바라는 소망이다. 부인과 해로하고,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고,답답할 땐 여행을 떠나고,취미생활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정도라면 성공적인 노후생활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직장에 다니면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다보면 자신은 미처 챙기지도 못한 채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기 십상이다. 게다가 요즘같이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평균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후생활 설계는 절실한 과제로 등장했다. 자식에게 의존하면서 '어떻게 잘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노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제력이 아닌가 싶다. 대다수 사람들이 늙어서 고생하는 것은 다름아닌 돈 때문이어서다. 그런데 그 액수가 만만치 않다. 엊그제 국내 굴지의 생명보험사가 내놓은 조사를 보면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상류층 8억9000여만원,중산층 4억7000여만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항간에는 퇴직 후 여유롭게 여생을 지내려면 10억~2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설득력있게 오가고 있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돈이 있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해서 젊어서부터 철저하게 황혼인생을 준비한다. "노후생활 준비가 1년 빠르면 10년이 편하다"는 생각도 한몫 거드는 것 같다. 자칫 사회의 애물단지로 전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역시 준비를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성인 5명 중 4명이 은퇴에 대비한 아무런 계획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노년도 청년시절처럼 고단하기는 하지만 아름답게 꾸려갈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노후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청춘은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데,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강인한 의지와 열정을 가진다면 청년이 아닐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