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초저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러브필드 공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본부 공항인 이 곳은 한국의 시골 고속버스 터미널을 연상케 하는 작은 규모다.


공항은 탑승 수속을 하려는 승객들로 북적거리지만 길게 늘어선 줄은 없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예약 번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탑승권 자동 발매기(Rapid Check-In)'에서 원하는 좌석을 선택한 뒤 곧바로 비행기에 오른다.



< 사진 : 사우스웨스트는 한가로운 지방공향을 주로 이용, 비용부담을 줄이고 탑승 수속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켰다. >


엄격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것까지 포함해 탑승 수속에 걸리는 시간은 단 15분. 휴스턴까지 약 40여분간 비행하는 동안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은 물과 오렌지주스뿐. 맥주를 마시려면 4달러,음악을 들으려면 헤드폰 사용료 2달러를 별도로 내야 한다. 기내 영화서비스도 없다. 다만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녀 승무원 2명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농담으로 승객들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댈러스에서 휴스턴까지 사우스웨스트의 편도 요금은 90달러(한화 약 9만원). 같은 구간을 운항하는 아메리칸항공 편도요금(300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사우스웨스트는 고속버스처럼 값싸고 편리한 항공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1971년 허브 켈러와 롤린 킹이 공동으로 미국의 대표적 초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이 회사의 성공 가능성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보잉 737기 단 3대로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텍사스주 3개 도시만을 운항하면서 거대 항공사들과 경쟁하겠다고 나서자 '무모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언제라도 당신이 원할 때,자동차 여행 비용으로 비행기 속도 여행을 즐기세요'란 사우스웨스트의 슬로건은 적중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싸면 그만큼 불편이 따라야 하는데도 이 항공사는 '저가'와 '편리함'을 동시에 만족시킨 것이다.


사우스웨스트의 첫 번째 성공비결은 수익성이 좋은 500마일 이내 단거리 노선에 초점을 맞춘 점이다.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면밀히 관찰한 뒤 이들을 유인할 수 있을 정도로 요금(편도요금 평균 91달러)을 대폭 낮췄다. 복잡한 허브 공항 대신 한가한 지방 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가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이용객들이 훨씬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 사진 : 사우스웨스트 항공 직원들이 사내에서 할로윈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경영진의 유머경영 덕분에 포천이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 상위권에 올라있다. >


사우스웨스트는 보잉 737기 한 가지 기종(총 429대)만을 보유,조종사 훈련에서 정비에 이르는 비용도 상당분 절감했다. 기내식이나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영화 상영 등 '비행기가 날아가는 일'과 관련이 없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없앴다. 인터넷 예약률을 63%까지 높이고 공항 내 항공권 자동 발매기를 적극적으로 활용,인건비도 계속 줄여 나갔다.


이 회사 크리스 마인츠 대외협력 부장은 "예전에는 비행기의 빠른 속도와 자가용 여행의 경제성,유연성은 동시에 얻을 수 없는 가치였다"며 "우리 회사는 이 둘이 동시에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어 경쟁자가 전혀 없는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을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우스웨스트는 미국 내 31개주 60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으며,하루 평균 3000대의 비행기를 띄우는 '가장 바쁜 항공사'에 속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창립 이래 30여년간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올 1분기에도 벌써 79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의 로버트 하틀리 경영학과 교수는 "사우스웨스트는 1년에 새롭게 3개 도시 이상에는 진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수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노선에만,그것도 하루 1∼2회가 아닌 10∼12회의 운항을 할 수 있을 때에만 신규 시장에 뛰어든 전략이 매우 특이하다"고 분석했다.


댈러스(미국 텍사스)=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