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경제허브 건설을 위해 인천 부산·진해 광양 등에 만든 '경제특구'가 겉돌고 있다. 지정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특구내 외국인학교 및 병원 설립요건 등을 둘러싼 갈등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그러나 우리의 경쟁상대인 중국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특히 상하이 인근 쑤저우공업원구(단지)는 기업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친상(親商)정책을 펼쳐 특구 지정 10년만에 세계 500대 기업(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중 60곳을 포함 1970개 기업을 유치해 한국 경제특구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중국 제1의 외자유치 도시' '2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15%'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 중국 평균의 6배'…. 중국 경제 일번지 상하이 얘기가 아니다. 상하이에서 서북쪽 내륙 방향으로 100km가량 떨어져 지리적으로는 다소 불리한 곳이지만 적극적인 '친상(親商)·부상(富商)' 정책으로 중국 정상급 경제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쑤저우의 지난해 말 성적표다. 지난 22일 찾은 쑤저우시 성장동력의 핵심인 쑤저우공업단지.삼성전자를 비롯해 필립스 노키아 지멘스 보쉬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새로 입주하는 외국 기업 생산시설과 아파트 병원 업무·상업빌딩 등을 짓는 건설공사도 한창이었다. 이 공단은 쑤저우지역 15개 국가·성(省)급 경제개발구는 물론 중국 전체 54개 국가급 개발구 중 종합평가도 1위에 오를 정도로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1994년 서울의 약 절반 크기(282㎢) 국가급 개발구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5%에 달했다. 지난해 이 공단의 GRDP는 60억6000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99% 증가했다. 외국인 직접투자액(FDI)은 작년 한 해에만 40억달러를 넘어섰다. 쑤저우시가 작년에 총 147억달러의 외자를 유치,상하이(117억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도 쑤저우공단의 역할이 컸다. 쑤저우공단의 성공은 친기업적인 정책 소프트웨어에서 비롯한다. 그 중 '원맨(one-man)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공무원 한 사람이 외자유치 기업의 공장 설립 인·허가와 생산시설 준공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지난 20일 외자유치,인센티브 조건 등 공단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쑤저우공단관리위원회 투자유치국에 비상이 걸렸다.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한 대만의 한 반도체 업체가 1억달러어치가 넘는 생산장비를 들여오다 쑤저우시 세관에서 통관이 보류된 것.이 사실은 관리위원회 투자유치국에 즉각 통보됐고 투자유치국 소속 아시아·태평양 담당 직원은 250km나 떨어진 난징 세관을 3번씩이나 찾아가 5일 만에 통관 문제를 대신 해결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인천자유경제구역청 공무원이 인천시를 찾아가 외국 기업의 민원처리를 일괄 대행한 셈이다. 인·허가 절차도 속전속결이다. 최근 12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대만의 웨이퍼 생산 업체인 허젠은 5일 만에 공장 설립 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상하이 푸둥지구와 쑤저우공단을 저울질하던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도 쑤저우공단의 거침없는 일 처리에 반해 1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쑤저우공단관리위원회의 조우 투자유치국 처장은 "공단 내 원스톱서비스센터에 오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외국 기업이 원할 경우 투자유치국 공무원이 이 절차를 모두 대행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무원들이 이처럼 외자유치에 발벗고 나서도록 하는 장치는 바로 과감한 성과 인센티브.아·태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투자유치국 진밍처 부처장은 "투자유치국 소속 공무원들은 다른 공무원들보다 50%나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투자유치 금액이 목표치를 넘어가자 상당한 성과급을 추가로 받았다"고 말했다. 쑤저우=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