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누크 (CNOOC)가 미국 석유회사인 유노칼 인수에 나서자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40여명의 미 의원들은 27일 시누크의 유노칼 인수 추진에 대해 국가안보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할 것을 행정부에 촉구했다. 백악관도 시누크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적절한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해 관련 규정에 따른 조사가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시누크가 인수 의사를 먼저 밝힌 쉐브론을 제치고 유노칼 인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재무장관이 의장인 해외투자위원회에서 국가안보 침해 우려 등에 관해 철저히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누크는 정치권과 행정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이날 의회에 편지를 보내 유노칼 직원 대부분을 끌어안고 유노칼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가스 및 원유는 지금처럼 미국에 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후 양을 급히 미국으로 보냈다. 후 양은 유노칼 이사진을 만나 쉐브론이 제시한 가격보다 10%나 비싼 185억달러를 현찰로 지급키로 한 조건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인수 제안을 상세히 설명할 방침이다. 시누크의 인수 전략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반대를 무마하기위해 국가 전략비축유에 필수적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과 터미널의 유노칼 지분을 신탁회사에 맡기거나 파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누크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쉐브론측은 현재로선 이미 제안한 인수가격 160억달러를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시간은 돈"이라며 "유노칼측이 쉐브론과의 거래를 빨리 끝내는 것도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시누크의 인수 제안을 둘러싼 논쟁을 연일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시누크가 국영회사라는 점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에 들이밀고 있는 시장개방압력이나 환율제도변경 압력을 고려하면 인수자도 시장이 결정하도록 정치권이나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국가안보 우려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이미 원유 수입의 6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