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이 법인 및 거액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이 은행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단기 여유자금 운용처로 제 격인데다 분리과세 및 비과세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동안 위축됐던 은행신탁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에 3조원 유입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 신한 우리 조흥 등 8개 시중은행의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지난 해 말 16조8519억원에서 지난 20일 현재 19조7883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 약 6개월간 약 3조원 증가한 것이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특정금전신탁이 이 기간 중 8093억원 늘어났으며 조흥은행 6589억원,신한은행 6367억원,우리은행 6110억원씩 증가했다. 특정금전신탁의 증가세에 힘입어 은행 전체 신탁자산도 올 들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여러 명의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불특정금전신탁과 달리 고객 1명이 돈을 맡기면서 운용대상도 고객이 지정하는 상품.공모펀드가 아니라 사모(私募) 단독펀드인 셈이다. 은행 특정신탁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은행 예금이나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에 비해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고객이 맡긴 돈을 주로 잔존만기 3개월 미만인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3개월 기준으로 연3.5~3.6%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 같은 수익률은 3개월짜리 은행 예금(연3.25%)이나 MMF 수익률(연3% 안팎)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재진 하나은행 차장은 "재무구조가 뛰어난 기업의 CP와 회사채에 주로 투자해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예금금리 이상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면서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수요는 많지만 신탁에 편입할 CP와 회사채 등 투자 대상 자산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고객이 찾나 특정금전신탁을 찾는 고객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우선 단기 여유자금을 굴리되 은행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원하는 법인 및 일반고객.이들은 CP 및 만기 3개월 미만인 회사채를 선호한다. 분리과세를 목적으로 하는 거액자산가 계층은 잔존 만기 2~3년짜리 국채가 주된 투자대상이다. 비과세를 희망하는 고객들은 외화표시채권을 편입한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은행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포스코 KT등 국내 기업의 외화표시 채권,외화표시 산금채 등 비과세가 적용되는 외화표시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이를 고객들이 가입한 신탁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4년 7월 이후 불특정금전신탁의 판매가 금지된 이후 은행신탁이 크게 위축돼 왔지만 최근 특정금전신탁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종합재산신탁이 본격 도입되면 은행 신탁상품이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