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선택의 순간이 있지요.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남는 아쉬움은 다시 열정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광업 ㈜새한 사장.그는 지난달 25일 밤 출장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방에서 홀로 눈물을 흘렸다.


회사의 구조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경북 경산공장 20만평 부지가 수차례 유찰 끝에 마침내 매각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박 사장이 전화를 받은 시각은 오전 1시30분.그는 "제일합섬(새한의 전신)이 처음 말뚝을 박은 공장을 팔았다는 아쉬움과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슴벅참에 눈물이 쏟아져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0년 워크아웃에 돌입해 암울한 구조조정의 터널을 지나야했던 새한이 이제 5년이라는 긴 시간의 구조조정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제2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 사장은 28일 기자와 만나 "지난 5년은 워크아웃 기업의 특성상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의 연속이었다"며 "이젠 모든 게 스스로에게 달린 만큼 과감한 공격 경영을 통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직원들은 너무 급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쇠는 빨갛게 달아올랐을 때 두드려야 한다"며 제2의 창업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났다.


새한은 경산공장 부지를 2560억원에 매각했을 뿐 아니라 도레이새한 새한마텍 등의 지분을 팔아 재무구조를 또박또박 개선해 왔다.


새한이 그동안 사업부 매각과 지분 정리,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올린 자구 실적은 약 7000억원.차입금은 1조7389억원에서 3000억원대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521%에서 140%대로 끌어내렸다.


지난 2003년 사장으로 선임돼 새한의 구조조정을 이끌어온 박 사장은 앞으로는 고분자화학기술을 이용한 환경소재,정보기술(IT)소재,건축자재 등의 사업을 집중 육성해 종합 화학가공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향후 구상을 밝혔다.


"여러 가지 여건상 많이 늦었지만 제일합섬의 당초 사업목표가 화학가공 소재기업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는 설명이다.


새한은 워크아웃 중에도 부가가치가 높은 수처리 필터 등 환경소재의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등 사업구조 개선에 힘써왔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흑자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IT소재인 LCD 광확산판 사업에 진출했다.


새한은 또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폴리에스터원사 등 화학섬유사업도 새한의 핵심사업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별화 제품의 비중을 꾸준히 높이는 등 질적인 발전을 끊임없이 꾀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특히 이번에 팔린 경산공장에 있던 직물 사업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설비를 대폭 보강해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섬유뿐 아니라 IT소재나 환경소재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박 사장은 "다른 회사와의 차별화는 사람,즉 기업문화를 통해 이뤄내겠다"며 "전 임직원의 정보공유를 통해 유연하고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구조조정으로 사기가 꺾인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