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을 왕복하는 A항공사의 B747 항공기엔 17만달러 상당의 항공유가 투입된다. 승객 탑승률 80%를 가정할 경우 항공사가 받는 운임은 28만달러선.유가가 전체 운임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에 공항 착륙료,계류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이 항공편은 적자를 면할 수 없다. 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 해도 미주 노선 운임수입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선에 불과했다"면서 "3,4년 전만 해도 탑승률이 70%를 넘기면 영업수지를 맞추는 데 별다른 타격이 없었으나 지금은 좌석 380개짜리 항공기에 3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워도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항공업계가 비상용으로 쌓아둔 비축항공유까지 빼다 쓰면서 비축유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인천광역시 서구 율도의 대한항공 항공유 기지의 비축 가능 용량은 85만배럴.인천과 김포에서 110여대의 항공기가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최근 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항공사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되는 두바이산 원유는 연초에 비해 20달러 정도 올랐다. 1월초 배럴당 34.26달러였던 가격이 53.79달러까지 치솟았다. 자동차 업체들은 고유가로 올해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연간 350억원 정도 제조 원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유가가 사업계획 작성기준인 배럴당 35달러를 진작에 돌파해버렸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또 기름값이 오르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기름값 상승은 차량 운행 자제와 직결되는 만큼 생산보다 판매에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고효율·고연비 엔진을 개발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대응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화학업계 역시 갖가지 에너지 절감책을 내놓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유가를 쳐다보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LG화학의 경우 '1사업장 1에너지 절감운동'과 생산공정 혁신 및 신제조 공법 등을 도입해 올해 200억원의 비용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제조원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한 에너지 절감노력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가 되고 있는 지경이다. 회사 매출의 20%(3000억원 상당)를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삼성토탈도 올해 관련 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에 육박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원유값 상승을 비교적 단기간에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정유사들도 최근 유가 상승속도가 너무 빨라지자 이익은 물론 매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후진·조일훈·이건호·류시훈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