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다. 상상력의 산물인 예술은 늘 동시대 첨단기술로 구현됐다. 건반악기의 혁명인 피아노의 탄생으로 클래식이 풍요로워졌고, 카메라의 발명으로 영화라는 장르가 생겼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서 시작한 미디어아트 등 미술 역시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 없었다.하지만 인공지능(AI)은 조금 복잡미묘하다. AI시대가 도래했다지만, 여전히 예술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음악, 문학, 영화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AI가 개입할 경우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예술과 AI는 상호보완 관계가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시 쓰러지게 될 제로섬(zero-sum) 관계란 것이다.AI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AI가 그린 그림도 ‘작품(Artwork)’으로 볼 수 있을까. 모두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2018년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AI가 그린 ‘벨라미가(家)의 에드몽’이라는 그림이 43만2500달러(당시 약 4억5000만원)에 낙찰된 것. 당초 예상가의 40배를 웃도는 낙찰가였다.작품을 그린 작가는 프랑스의 3인조 그룹 ‘오비어스(Obvious)’. 2017년 결성한 이후 AI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짜깁기 데이터’로 절하되곤 하는 AI 작품은 어떤 예술성을 지니고 있을까. AI도 화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지평: IMAGINE’ 전시로 한국을 찾은 이들을 지난 11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만났다.▷거대언어모델(LLM)의 방대한 데이터 속 적당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해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관점에서 예술계
2001년 23세의 나이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박경림의 '최연소 단독 수상' 기록은 오랜 시간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논스톱', '일밤', '느낌표' 등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전부 '대박'이 났다. 간판 예능을 주름잡던 전성기 시절, 하지만 박경림은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최근 서울 관악구 모처에서 만난 박경림은 "많은 분이 '너 유학 갔다 오면 끝난다'고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잘 다녀온 것 같다"며 웃었다. 미국 유학은 중학교 1학년 때 '7막 7장'이라는 책을 읽은 뒤부터 마음에 품어온 '꿈'과 같은 것이었다고 했다. 영어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오른 유학길. '제2의 박경림'이 탄생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미국에서의 추억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뮤지컬이라고 했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 단성사, 피카디리를 수시로 드나들던 그에게 뮤지컬은 문화적 식견을 넓게 터주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박경림은 "대학교에서 방송연예과를 전공할 당시 뮤지컬을 처음 경험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갔을 때 '지금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뮤지컬이었다"고 밝혔다.뮤지컬 티켓 구매 시 80~90%가량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북을 받기 위해 두 시간씩 줄을 설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때였다. 박경림은 "뮤지컬을 일주일에 세 편씩 봤다. '아이다', '시카고', '라이온킹', 그때 나온 '위키드'까지 다 봤다. '아이다'는 스무 번씩 봤다"면서 자신을 스스로 '뮤덕(뮤지컬 애호가)'이라고 칭했다.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경림
예전에 가수 이은하가 재즈 앨범을 내놓은 게 있다. 2012년에 내가 프로듀서를 맡은 것으로, <My Song My Jazz>라는 제목으로 발매됐다. 음반 프로듀서란 가수와 연주자들에게 레퍼런스를 제시하고 음악의 방향을 끌고 나가는 역할이다. 당시 나는 호방하면서도 허스키한 그녀의 음색이 재즈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밤차’ ‘봄비’를 부른 국민가수가 재즈를 부른다면 충분히 화제가 될 거라 생각했다. 대중에게 재즈를 알리는 목적에도 부합했고 가수 본인에게도 용기를 낸 도전이었다.외국의 경우 유명 팝가수가 재즈에 도전하는 사례가 흔하다. 로드 스튜어트나 베리 매닐로우가 스윙빅밴드를 배경으로 재즈 넘버를 부른다. 전성기는 한참 지났지만, 반백의 머리에 중후한 음성으로 재즈 리듬을 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듯하다. 그래서 재즈는 나이가 들수록 멋지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한번은 댄스 가요를 부르던 한 여가수가 나에게 말했다. “저도 나중에는 재즈를 하고 싶어요. 언제까지 춤추는 노래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고는 공부를 많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요즘 그녀는 재즈밴드와 공연하고 싱글을 발표하는 등 뜻한 바를 이루어가는 중이다.이은하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TV 화면으로 보던 베테랑 가수다. 편의상 이름 석 자로 글을 쓰고는 있지만 까마득한 선배인 만큼, 조심스럽게 예를 갖춰 녹음을 진행했다. 그런데 팝가수를 재즈로 초대하는 일이 간단치만은 않았다. 예컨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악보에 적힌 음정대로 (정확하게) 노래한다면 재즈는 좀 더 자유롭게 페이크(fake)시켜 장식적인 변화를 더하는 게 다반사다. 이는 블루스 음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