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로직스는 DVR(디지털 영상저장장치)용 컨트롤 칩 전문업체다. 국내의 아이디스코디콤은 물론 전 세계 주요 DVR업체들이 이 회사의 칩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력제품인 DVR용 칩의 차기 모델인 통합형 SOC(시스템온칩)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힘든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이 제품은 DVR에 들어가는 이미지프로세서와 코덱칩,CPU 등 각종 칩들을 하나로 통합한 제품이다. 기존 DVR의 부피나 가격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당초 상반기 중 개발을 끝내고 하반기 매출에 반영시킬 계획이었으나,이 목표는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SOC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했던 무선 DVR용 모뎀도 개발이 지연됐다. 출시부터 세팅까지 6개월가량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내년에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지속적으로 들어가면서 상반기 수익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때문에 주가도 3월 고점 대비 51.7% 하락했다. 실적 개선은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에이로직스 김주덕 대표는 "소액주주들이 전화를 걸어 앞으로의 투자기간을 물어본다"며 "6개월 이상 장기투자할 계획이라면 계속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것이라고 대답하곤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왔고,영업손실도 감내해야 할 처지라는 설명이다. 올해 연간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49.6% 증가한 250억원,영업이익은 126.4% 늘어난 60억원으로 잡고 있다. 실제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다면 다양한 호재들이 대기 중이다. DVR 분야에 이어 신규로 진출한 통신사업 부문의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부각되는 것은 와이브로(무선인터넷) 모뎀 모듈이다. 당초 이 회사는 WCDMA용 모뎀 모듈을 개발했다가 사업성이 작다고 판단해 폐기 처분했다. 하지만 와이브로 모뎀에 거는 기대는 크다. 벌써 에이스테크 영우통신 알에프텍 등 KT의 주요 중계기 업체들이 이 회사 제품을 채택했다. 와이브로가 하반기 주요 테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이 회사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UWB(초광대역 통신)용 모뎀도 향후 기대주로 꼽히는 사업부문이다. 하반기부터 매출에 반영될 전망이다. 최근 상용화된 차세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UWB는 100Mbps급의 전송속도로 가정 내 각종 디지털가전을 무선으로 연결한다. 근거리 무선통신인 블루투스보다 전송속도가 100배 빨라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이로직스는 현재 대기업의 용역을 받아 UWB용 모뎀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올해 10% 안팎인 통신사업 부문 매출 비중을 내년에는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하반기부터는 DVR 부문과 통신사업 분야에서 동시에 주력제품 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다시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