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삼성계열 3사가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이 헌법상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訴願)을 냈다. 기업규제와 관련된 법규에 대해 기업이 이렇게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 자체가 사실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기업으로서는 여간해선 선택하기 어려운 수단을 택한 것이다. 향후 정부와의 관계 등 헌법소원을 내는 데 따른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엄연한 우리 현실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한마디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측 사정이 절박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닐 것이다. 실제로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외국자본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경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공정거래법대로라면 삼성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은 점차 축소(縮小)돼 2008년에 가면 15%라는 일종의 의결권 행사 총량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생각해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결권 제한이 가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인 지분이 이미 54%를 넘어선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가 극히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우리는 이것이 특정 기업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더욱 축소하는 방향으로 공정법을 개정할 당시에도 누차 지적한 바 있지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그 한도를 정하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해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고, 때문에 출자총액제한제와 함께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위헌시비가 있어왔던 것 아닌가. 게다가 의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외국 금융회사를 생각하면 이런 역차별이 있을 수 없고,그로 인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초래된대서야 도저히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적대적 인수합병 우려는 현실성이 없다며 반박(反駁)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위기 상황이 벌어져야만 믿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