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SK네트웍스 : 정만원 사장의 '애창곡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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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중략)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지난해 4월9일 SK축구단 인천 운동장.SK네트웍스 임직원 1400여명이 모여 '한마음 운동회'를 열었다.
SK글로벌 사태 여파로 채권단과 경영개선 약정을 맺은 지 6개월여.그간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수백 명을 넘었을 때다.
오랜만에 야외로 나왔건만 직원들의 어깨는 여전히 축 늘어져 있었다.
운동회가 끝나고 어둠이 깔릴 무렵.운동장 단상에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이 올라섰다.
마이크를 잡고 느닷없이 부른 노래는 전인권의 '사노라면'.
정 사장은 기자에게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 노래밖에 없었습니다.
몇 달 동안 차에서 '사노라면'만 들었어요.
우선 나부터 째째하게 굴지 말아야 했으니까요."
그의 목소리에 실린 노래가사 한구절 한구절은 임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당시 팔을 치켜들며 "가슴을 펴자"고 했던 정 사장의 노래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2003년 9월 부도위기에 몰린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정 사장.그는 고비고비마다 노래가사에 메시지를 담아 직원들의 기를 북돋웠다.
6개월 뒤인 지난해 10월8일 경기도 용인 실내체육관.임직원 1300여명이 다시 모였다.
운동회가 끝날 무렵 정 사장이 또 마이크를 잡았다.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중략)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정 사장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골랐다.
4개 사업부문 실적이 급속히 호전되면서 회생의 기운이 감돌던 때.더 화합하고 단결하자는 메시지를 노래에 실어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올해 들어 SK네트웍스는 운동회를 아직까지 열지 못했다.
신규 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진출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틈틈이 다음 운동회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들국화의 '행진'과 크라잉넛의 '말달리자'가 후보에 올라 있다.
그는 요즘 "유목민 기질을 타고난 우리 민족은 밖으로 뻗어나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SK네트웍스도 국내를 벗어나 중국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음 노래는 '말달리자'가 될 것 같은 이유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