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라는 게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이 만든 것으로 개인의 특성(인생관 적응력), 생존조건(돈 건강), 고차원적 요구(자존심 기대)를 점수화해 더한 것이다. 단 생존조건은 개인적 특성보다 5배, 고차원적 요구는 생존조건보다 3배 더 중요하다고 보고 가산점을 준다. 돈과 건강이 행복의 필요조건이긴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란 얘기다. 실제 나라별 혹은 개인별 행복지수는 경제적인 풍요와 비례하지 않는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불행해지는 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끝없이 이겨야 한다고 믿고,질투하고,누군가 자신에게 주목하지 않으면 소외됐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에 관심을 갖고,열정적으로 일하고,노력하되 체념할 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조기 발견과 치유를 위해 전문상담원을 확충하고 강좌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업 부진,부적응 등에 따른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20대의 방황과 좌절은 서울대생의 문제만은 아니다. 2003년 초 발표된 한국인의 행복지수 평균은 64.13점,10대는 71.43점인 반면 20대는 61.94점으로 가장 낮았다. '도와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있는가,목표를 달성하고자 애쓰는가'에 대한 답도 10대는 10점 만점에 8.06점이었지만 20대는 6.17점에 불과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눈뜨면서 불안과 분노에 시달리는 탓일 것이다. 서울대생의 경우 여기에 끝난 줄 알았던 경쟁의 계속,최고라고 믿던 자신에 대한 실망감 등이 더해질 수 있다. 게다가 자존심상 문제를 빨리 인정하고 털어놓지 못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카를 야스퍼스는 '좌절이란 존재의 또다른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삶이 버거울 땐 누군가 얘기를 들어주고 혼자 겪는 고통이 아님을 알려주기만 해도 견딜 수 있다. 모쪼록 불행한 서울대생,힘겨운 20대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