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7월5일 24시간 시한부 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하는 등 양대 항공사 조종사 노조가 `실력행사'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여 여름철 성수기 `항공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상대적 고소득층인 조종사들이 `생존권 보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협상조건을 내세운 것에 대해선 비난 여론마저 일고 있다. ◆핵심 요구사항 뭔가 = 조종사와 회사의 입장은 가파른 대립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비행환경 개선', `직업 안정성 확보' 등 두 가지 주장을 큰틀로 삼아 ▲장거리 비행(8∼12시간)시 현지 휴식시간을 현행 24시간 안팎에서 30시간 이상 보장 ▲시뮬레이터(비행 가상훈련) 심사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 ▲정년(현 55세) 59세로 연장 ▲사고 조종사에 대한 회사징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현재의 파격적 근무조건에 추가한 더 많은 해외 휴식시간부여 ▲비행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조종사 비행훈련 심사의 축소와 기준 완화 ▲비행부적격 조종사에 대한 고용 보장과 정년 연장 등의 주요 요구사항은 `안전운항을 저해하고 노동윤리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의 근로조건과 급여는 국내 최고 수준이며 국제 시장의 조종사와 비교해도 같거나 더 나은 수준"이라며 "대표적 고임금 근로자인 조종사들이 매년 교섭시마다 파업 위협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의 경우 무리한 요구가 더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종사 노조는 ▲정년(55세) 61세로 연장 ▲유학 등으로 가족이 해외 체류 중인 조종사 가족에는 비즈니스석을 포함한 왕복항공권 14장(연간) 제공 ▲기장에 객실승무원 교체 권한 부여 ▲여성 조종사는 임신 등으로 2년간 쉬어도 임금 100% 지급 ▲월차휴가 폐지 대신 2∼7일의 `조정휴가' 부여 및 생리휴가 유급화 등을 요구했다. 회사측은 "주요 요구사항이 대부분 경영권 침해"라며 "가족에 대한 항공권 부여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비용부담을 회사에 전가하는 것이며 월차와 생리휴가 유급화는 `월차 폐지, 생리휴가 무급'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해외출장지 숙박호텔에 4세트 이상 골프클럽 세트 비치 ▲흡연권 보장 등 2가지 요구사항은 일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이 일자 철회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측에는 `교섭이 일괄타결될 때까지 효력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통보,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귀족 노조인가'…비난여론 `비등' = 양대 항공사 조종사들의 주장에 대해 인터넷 포털의 대다수 네티즌들은 `요구가 지나치다'며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ID(이용자 신분)가 `wonderfulboy'라는 네티즌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운임보조 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지언정 자기들 편의만 생각하는 귀족 노조'라고 질타했고 다른 네티즌은 "승무원 선택권이나 골프채 요구는 생존권 운운과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dgs94855'라는 네티즌은 "월급 인상만 해줘도 춤출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배가불러서 좀 편해보자는 것인가'라고 질타했고 `nemder 55'라는 네티즌은 "귀족 노동자 잔치에 힘없고 불쌍한 노동자들은 희망마저 잃는다"고 푸념했다. 현재 연봉 기준으로 조종사들의 임금은 기장이 9천900만원∼1억7천만원대, 부기장이 7천500만원∼1억1천만원대이며, 월 근무일(평균)은 대형기의 경우 9∼15일, 소형기의 경우 15∼20일이다. 이처럼 네티즌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일부 조종사들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파업을 하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사이버 언론플레이를 하자'고까지 주장하고 있어 `여론 조작' 우려까지 낳고 있다. ◆`필수공익사업' 지정 고려해야 = 양 항공사 노조는 2003년 6월12일부터 17일까지 전례가 없는 `동시 파업'에 들어가 사상 초유의 `운항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해 여름에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총액 대비 10%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려다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에 파업 계획을 접었다. 항공사 관계자는 "조종사는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지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공업을 노동관계법상 `필수 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필수공익사업은 철도ㆍ병원ㆍ통신사업, 수도ㆍ전기ㆍ가스ㆍ석유 정제 및 공급사업 등 `공익사업으로서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 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저해하고 업무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사업'이다. 한 관계자는 "항공운송업도 파업시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며 업무 대체도 쉽지 않다.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