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썰물이 좋다





가득한 때를 바라지 않으리라


갯벌에 드러난 추한 상처들


다 내 것이고


휑하게 뚫린 절망의 공간 또한


내 것이니


나를 이 음습한 바닷가에 그냥 있게


내버려 두라



이수익 '이제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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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마음을 열어 준 적이 있는가.


늘 충만한 것에만 박수를 보내는 세상.


앞 뒤 가릴 것 없이 크고 높은 것을 향해 달리고,또 달리면서 우리는 삶을 소진한다.


눈부신 태양아래 쪽빛으로 출렁이는 만조의 바다.


그 빛나는 순간만을 열망하다가 느닷없이 찾아오는 썰물의 허전함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허황한 눈빛 다 걷어내고 하찮은


것들을 보듬으며 꼿꼿이 삶을 지탱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가슴을 때린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