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은 절대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 직후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아니라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온 말이다.


일단 이 말을 믿고 싶지는 않다.


현 정부 들어 절대로 변경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던 말과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뀐 경우가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절대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던 콜금리가 언제 인상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금리인상 절대 불가'라는 말을 지켜서도 곤란하다.


가격 변수는 경제 실상이 반영되는 얼굴이다.


경제 여건에 따라 시장 금리가 변하면 정책 금리는 변경돼야 한다.


그래야 한 나라의 금리체계가 유지되고 금융시장 효율성과 정부에 대한 믿음이 높아질 수 있다.


또 한 부총리가 취임 때 강조했던 '시장친화적'이라 하는 것은 정책에 시장 여건을 반영하는 동시에 주무 부서의 독립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핵심 사안이다.


금리 변경은 한국은행의 고유 업무다.


아무리 미국의 금리인상 직후 시장에 확산되는 콜금리 인상론을 조기에 잠재우고 정부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나,금리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그것도 '절대 인상 불가'라는 족쇄를 채우는 것은 월권논쟁 여부를 떠나 한 부총리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본질적으로 한 부총리에게 묻고 싶은 것은 현 시점에서 금리 정책을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케인스 이론에 따르면 금리로 경기를 풀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transmission mechanism)'가 잘 작동돼야 한다.


특히 금리 변경에 기업과 국민들의 투자와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해야 경기 대책으로 금리 정책이 효과적이다.


시각차가 있으나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은 금융과 실물 경제가 연계되지 않고 서로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dichtomized economy)'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 실물 경제로 흡수되지 않고 떠도는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대표적인 예다.


이 상황에서 경기 목적으로 금리를 현 수준에서 잡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경기보다는 대내외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이탈과 역(逆)자산 효과를 방지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는 더 나아 보인다.


대신 경기는 다른 정책수단으로 풀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재정 정책이 바람직해 보이나 재정 적자와 소득불균형 심화를 감안하면 뉴딜식 재정 지출과 감세정책 등 어느 것 하나 여의치 못하다.


결국 한 부총리가 고심하는 경기부양 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취임 때 강조했던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정책은 '보이는 손(ubiquitous hand)'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정부는 나서기(big government)보다는 경제 주체를 중시(small government)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현재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고,자연스럽게 기업들의 현금 보유와 민간의 부동 자금이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면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